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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건강미디어l승인2017.12.24l수정2018.07.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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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손창호     


   요즘 또 유명인의 자살소식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립니다. 오죽 힘들면 생을 끊을 결심을 했을까 생각하니 고인이 그동안 겪었을 고생에 마음이 아픕니다. 거기에다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여 고인의 뒷소식을 캐내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 언론(언론이라 하기 뭐하지만)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신과적 질병입니다. 정신분열병, 우울증, 조울증, 알코올 의존증 등 여러 가지 정신과 질환들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연구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일부 질병의 경우 환자의 15% 이상이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정신과 질환은 자살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러한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러한 원인 질환에 대해 잘 알고 그 질병을 예방하거나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사고를 막는 방법이겠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정신과를 찾는 문턱이 낮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과의 경우 문턱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인 편견이라 생각됩니다. 정신과에 방문한 것이 주변에 알려지거나 정신과 진료 기록으로 인해 앞으로 내 인생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 것 말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방문하는 환자 분들이 정신과 진료 기록이 혹시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특히 요즘 같이 개인 정보의 보호가 잘 되지 않는 이 때 이러한 걱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것은 정부에 의해 보호되니 믿어도 될 것 같다고 말씀은 드립니다만 적지 않은 분들은 그래서 더욱 믿지 못하겠다고 반응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 사회가 자살에 대해 받아드리는 방식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은 신의 섭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규정한 가톨릭이 우세한 사회에서는 자살률이 적습니다. 우리나라와 이웃 일본과 같이 상대적으로 자살에 대해 관대한 나라들이 자살률이 높습니다. 그 사회가 자살도 하나의 문제 해결 방식 내지는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경우 많은 사람들은 자살을 자신의 방법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예인과 같은 대중으로부터 사랑과 때때로 추앙을 받기도 하는 유명인들이 자살을 하는 경우에도 그 파급 효과가 걱정됩니다. 자칫 이처럼 훌륭한 사람도 선택한다면 자살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부 사람에게 심어줄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자살로 내몰리도록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고 그런 스트레스를 개인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사회 시스템도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모든 방면으로 극심한 변화를 단기간에 겪었고, 지금도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경우 그 위험은 크다고 하겠습니다. 공동체는 그 형해만 남고 파편화된 개인이 그야말로 완전한 단독자로서 타인과 끝없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대한민국 자체가 자살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주변에 그런 위험에 처해 있을 것 같은 분이 있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과 자살에 대해 얘기하는 것입니다. 가족 중에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혹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느냐? 자살 생각이 있느냐? 하는 질문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렇게 꺼리는 이유는 자살에 대해 자꾸 얘기해서 정말로 자살하고 싶도록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자칫 상대방을 정신병 환자로 내가 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주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자살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물어 보았다고 자살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자살에 대한 나의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날 정신병자 취급하느냐” 하고 반발한다면 솔직히 “난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걱정 끝에 얘기하는 것이다” 라고 답변하면 됩니다. 자살에 대해 생각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자살에 대해 물어오면 순순히 자신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의 자살 사고를 알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됩니다.

 

특히 조심할 것은 만일 누군가 자신의 자살 생각을 얘기한다면 그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그 위험성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일 자식이 자살 생각을 얘기하는 데 “부모 앞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 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먼저는 자살 생각이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자살 생각 뿐 아니라 혹시 자살을 위한 계획은 없는지를 물어보아야 합니다. 약을 사서 모아 둔 것은 없는지, 어디 뛰어내릴 장소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지 같은 것 말입니다. 그리고 혹시 이전에 몰래 자살 시도를 해 본적은 없는지도 물어봅니다. 이렇게 자살 생각, 계획 그리고 과거의 시도가 있을수록 그 사람은 자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이럴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요즘은 우울한 소식이 더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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