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1.30 목 10:55

[신간] 소련의 건강 보장

옮긴이의 글 건강미디어l승인2017.11.11l수정2017.11.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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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전 (한양대 교수)

왜 소련인가?

  이 책을 번역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의 제일 처음 반응은 “지구상에서 오래 전에 사라진 소련의 책을 왜 번역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알고 보니 현재의 나와 우리 몸 속에 너무 많은 ‘소련’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소련을 알든 모르든, 또한 소련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 없었다. 그러므로, 소련을 모르고서는 나, 우리의 역사 그리고 현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소련에 대해 공부하면서, 우리가 러시아/소련으로 인해 입은 피해도 있었지만, 도움을 받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한말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탐욕스런 제국의 압박 속에서 러시아 혁명의 성공 소식은 우리 민초들에게는 암흑 속의 한 줄기 빛이요, 신선한 공기였다. 식민지배의 치욕 속에서 3・1만세 운동으로 그나마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러시아 혁명의 기운 덕이었다. 총동원 전시 체계의 혹독한 탄압 속 만주와 연해주를 떠돌면서도 조국 독립의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식민지배 하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하며 총독부와 싸울 수 있었던 것도,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자본주의, 서구적 근대화를 넘는 꿈을 꿀 수 있었던 것도 자유, 평등, 형제애의 실현이란 프랑스 혁명의 정신
을 궁극까지 밀고 가서 이를 완성하고자 했던 10월 혁명에 빚진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러시아 혁명으로만 설명될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러시아와 그것을 만들어 간 역사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의 목적은 러시아와 소련의 역사를 무조건 긍정하고자 함이 아니다. 소련은 수많은 과오를 저질렀다. 특히 스탈린 체제 하에서 이루어졌던 대규모 숙청과 부패한 관료주의의 폐해와 수많은 비인권적 행태는 비록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다른 설명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비극의 크기가 너무 크다. 더욱이 우리나라에게 있어 소련은 분단과 분단으로 인한 고통의 중요한 원인 제공자 중 하나이다.

왜 소련의 보건의료, 세마쉬코인가?

  보건의료만큼 한 나라의 정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부문도 없다. 더욱이 소련의 보건의료 체계는 단지 한 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아니다. 소련은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였으며, 그 이름이 의미하듯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자캅카스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벨로루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국가 연합이다. 또한 여러 중앙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 쿠바 등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들, 적게 잡아도 당시 전체 세계 인구의 20% 가까이에 해당하는 국가가 강력한 소련의 영향력 아래 있었
다. 당연히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러시아 혁명 직후 볼셰비키는 다음과 같은 국가 보건의료 체계 구축의 6대 원칙을 천명하였다. 첫째 포괄적인 양질의 의료 서비스 comprehensive qualified medical care, 둘째 모든 인민이 이용 가능한 의료 서비스 availability to everyone in the population, 셋째 국가에 의해 제공되는 단일, 통합된 서비스 a single, unified service provided by the state, 넷째 무상 의료 서비스 a free service, 다섯째 건강한 국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예방의 집중 extensive preventive care, with the aim of creating a healthy population, 여섯째 건강 서비스에 있어서 전체 노동자의 참여 full worker’s participation in the health service. 이러한 국가 보건의료 구축 원칙과 정책들은 양봉근 등 일제 강점기 아래 조선의 보건운동가들에 의해, 또한 해방 직후 한반도에 어떤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과정에서 최응석 등과 같은 이들에 의해 소개되고 또한 추구되었다. 더욱이 해방 직후 사실상의 소군정 하에 놓였던 북한은 보건의료 체계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이른바 소련식이 관철되었다. 
  소위 소련식 보건의료 체계는 한반도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소비에트 연방 국가뿐 아니라 전세계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이른바 ‘소련식 보건의료’를 그 모델로 삼았다. 초기 소련식 보건의료 체계가 이룬 성과는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것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냉전시대 소련과 정치적으로 대립했던 소위 자본주의 진영도 역시 소련의 개혁적 사회정책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당시 해리 에머슨 포스딕Harry Emersion Fisduck 목사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이 공산주의의 도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회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그들과 같은 노력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은 실제로 기꺼이 희생하려고 하며 단호한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불태우는 중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심지어 무자비한 박해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더욱
나은 사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제도를 구축하려 할 것이며, 우리가 그들과 궁극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어도 동등한 열정을 사회 개혁에 투자하는 것이다. …중략 …만약 우리 미국의 기독교 신자들보다 러시아의 무신론자들이 더 나은 사회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이게 되면 어떡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들 간의 경쟁이 야기하는 도덕적 난점moral crux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국가들도 사회주의권의 리더인 소련과 누가 더 국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킬지에 대해 경쟁하면서, 국민의 복리를 위한 다양한 모색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소련의 방식 역시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보건복지 영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소련식 보건의료 체계’는 누가 설계했을까? 이 질문의 답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니콜라이 알레산드로비치 세마쉬코이다.
  그는 의사였고, 정치운동가였으며, 무엇보다 1906년(32세) 스위스 제네바로 이주하여 레닌 Vladimir Lenin을 만난 이후 줄곧 그와 함께한 혁명 동지였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현장에도 그와 함께 있었다. 혁명 직후에는 모스크바 시 위원회 보건부장이 되었고, 1918년부터 1930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소련 보건인민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레닌의 수술을 진두 지휘하기도 했다. 75세에 죽기까지 그가 가졌던 직위만 나열해도 조금 과장해서 책 한 권을 쓸 정도이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위상을 볼 때 ‘소련식 보건의료 체계’를 ‘세마쉬코 모델’이라 부르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이 책은 그 세마쉬코가 소련의 보건의료 체계 구축의 원칙과 구상을 직접 설명한 책이다. 또한 그러한 기획이 실제도 어떻게 소련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른바 ‘저자 직강’인 셈이다. 1934년 영국의 빅토르 골란쯔 주식회사 Victor Gllancz LTD에 의해 기획된 ‘ The New Soviet Library’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책의 출간 의도는 16쪽 ‘출판사의 말’에 잘 제시되어 있다.

“우리는 유능한 소비에트 공무원들에게 경제, 정치, 민족 national, 사회, 예술 분야의 소비에트 체계와 방법을 기술하고 설명할 수 있는 책 시리즈를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우리는 ‘기술’과 ‘설명’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는데, 이는 단순히 우리에게 말해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어떻게’ 노동이 조직되고, ‘어떻게’ 민족의 문제가 다루어지고, ‘어떻게’ 집단 농장이 작동하고, ‘어떻게’ 상품이 분배되며, ‘어떻게’ 재판이 이루어지는지 등등에 대해 기술하고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소련식 보건의료 체계를 기획한 이가 스스로 말하는 주장이 사실일까? 그 기획들은 그의 주장대로 실현이 되었을까? 그래서 또 한 권의 책을 함께 번역했다. 영국 출신 공중 보건 학자인 아서 뉴스홈과 미국 출신 공중 보건 활동가인 존 아담 킹스베리가 1932년 소련을 방문한 후 소련의 사회상과 보건의료 체계를 분석, 소개한 보고서인 『붉은 의료(1933)』이다. 이 책은 소련 곳곳을 직접 방문하여 세마쉬코의 구상이 실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핀 내용을 적고 있다. 그렇기에 이 두 책은 각자가 가진 한계를 서로 보완하고, 또한 각자가 가진 장점들을 더욱 빛나게 해 줄 것이다. 이 두 책을 함께 펴 놓고 읽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러시아 혁명 이후 그곳에서 이루어졌던 보건의료의 이상理想과 현실現實을 모두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N.A. 세마쉬코

  역자 : 신영전, 신나희

  출판사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반양장/ 154x225mm/ 143/  12,000

  ISBN : 979-11-87387-06-0

  초판 발행일 : 2017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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