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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노트(오에 겐자부로, 1965, 이애숙 역)

책이야기 김미정l승인2014.12.24l수정2015.02.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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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없는 사람의 구원’이란 주제로 글을 쓰는 오에 겐자부로(79)의 글들은 나에게 인생의 나침반과 같다. 몇 년 전부터 자꾸 사는게 부끄럽다란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는데 오에의 책들을 읽고 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고통과 괴로움이 있는 사람들과 공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책, 히로시마 노트(1965)는 1995년 고려원에서 번역되어 책을 구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영어판을 구해 읽고 있고 있었는데 언어 장벽으로 쉽지 않았다. 다시 검색해보니 2012년 8월에 삼천리 출판사에서 이애숙 번역으로 나와 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한국에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비판과 탈핵 운동들이 거센 가운데 일본의 탈핵 운동의 중요한 일원인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이 번역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 책을 꼭 읽었던 이유가 히로시마에서 열린 전쟁방지 국제의사회 (IPPNW) 주최의 대회에 참여 하며 탈핵 운동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에 지침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에 선생의 글이라면 처음으로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나에게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의 ‘히로시마’의 의미를 찾게 해 줄 것 같았다. 또한 7월에 도쿄에서 17만이 모였다는 ‘원전 재가동 반대집회’를 주도한 오에 선생의 50년전 글은 일본에서의 탈핵 운동의 시작을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 같았다.

책 서문에 인용된 문장 “Whole life can be decided by the events of a few days. "을 읽고 나니 책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스물 여덟살 젊은 작가의 인생을 바꾼 며칠간의 사건이 무엇이었을까? 히로시마에 가서 그는 무엇을 본 것일까?

1963년 그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9회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 취재를 갔고, 그 후로 3년간 방문을 했다. 처음 간 히로시마 세계대회는 일본내부의 정치투쟁으로 인해 소란스럽고 음흉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원폭 피해자 병원에서 원폭 생존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삶을 향한 용감한 투쟁, 인간적으로 살기위한 어려운 결정들을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히로시마에 오기 몇 달전 태어난, 그의 뇌가 기형인 아들, 히카리의 삶의 의미들 찾는 길을 찾게 되었다. 그는 히로시마를 place of destiny 로 표현하였다. 나에게도 히로시마가 나의 운명의 그 장소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1964년 그는 다시 히로시마를 가게 되고, 본격적으로 원폭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얻은 단어는, 부끄럽게 살지 않으려는 인간으로서의 ‘위엄(dignity)'이었다. 생존자들의 많은 사람들은 흉물스러워 보이는 외적 상처들때문에, 제대로된 조사와 보상을 하지 않는 보수적인 일본 정부때문에, 핵전쟁을 끝내기는커녕 무기 보유에 날뛰는 강대국들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어버려 황량해진 후에야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조를 남긴 채 말이다.

그러나 자살이 아닌 용감하게 죽기위해 투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인간적인 길을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을 표현하는데는 ‘위엄’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1963년까지의 일본 문학 속에서는 인간의 위엄에 대한 탐구가 들어 있지 않으며 자신은 그러한 것들을 프랑스 문학 속에서 발견했다는 것이그의 고백이었다. 왜 일본 문학 속에는 그런 것들이 담겨져 있지 않고 애매모호한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히로시마에 다녀온 후 이 때의 이야기를 쓰고, 기억하고 또 다시 써 본다한다.

1965년에도 히로시마를 방문하였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아직 읽지 않았다. 아마도 히로시마를 세 번 정도 다녀온 후에야 읽게 될 것 같다. 나도 오에 선생처럼 히로시마를 세 번 방문할 것이다. 그때에는 부끄러움을 넘어 작가로서, 세계인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를 좀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김미정  bnwhi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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