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10.7 토 21:15

마르크스 엥겔스 전기 저작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

마르크스, 엥겔스와 협동조합 - 3) 박찬호 기자l승인2017.02.26l수정2017.05.0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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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 협동조합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오해의 기원
2) 초기 협동조합 운동의 특징
⇒3) 마르크스 엥겔스 전기 저작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
4) 마르크스 엥겔스 후기 저작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
5) 결론 - 마르크스주의와 협동조합

 

1. 들어가며 ; 전편의 요약과 협동조합 운동의 확산

이전 내용에서 필자는 오웬의 초기협동조합운동과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의 특징을 서술하고, 이들 운동에 대한 마르크스 엥겔스의 평가를 검토하였다. 오웬이나 로치데일 공정 선구자 협동조합에 대해선 당시 노동자운동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관심있게 지켜본 내용이며, 대단히 많은 보도도 있었다. 협동조합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오웬이지만, 그는 궁극적으로 협동조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이 모두 평등하게 생활하고, 근무하는 공동체건설 과정에서 자금마련을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오웬을 추종했던 사람들은(오웬주의자) 공동체 건설을 3단계로 예상하였다. 즉 제1단계는 모두가 이용하는 협동조합 매장을 만들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며, 자금을 조금씩 모아간다. 제2단계는 확보한 자금을 이용하여 거주공간을 건설한다. 제3단계는 공장을 건설하고, 토지를 구입하여 농장을 경작한다. 이것이 오웬이 구상했던 협동공동체에 가장 부합하는 내용이었다.1)

이런 지향은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소비조합매장은 어디까지나 공동체 건설에 필요한 첫 단계였던 것이다. ‘공정’이라는 말 자체가 오웬이 즐겨 사용했던 것인 만큼 선구자들은 오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오웬주의자들이었다. 더군다나 이때는 이미 로버트 오웬이 ‘천년왕국의 도래’를 맞이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공상가로 전락한 상태였으나, 선구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즉 “당시의 협동조합이 고통 받는 노동자의 생활보장에 집중되어 있고, 단순하게 매장만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거주 주택과 조합원이 경작할 땅의 매입도 서술 . . . 중략 . . . 가장 중요한 조항(은) . . . 공동체 건설 조항이다.” 말하자면 선구자 조합은 “공통의 이익에 기초한 자급자족의 국내 거주지(공동체)를 건설하고 또한 다른 조합이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할 때는 지원을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2)

이처럼 초기협동조합 운동은 자본주의의 이윤추구가 역사상 가장 극심한 때에 나타난 공동체 건설운동의 초기단계로서 의미를 두었다. 아울러 착취나 이윤추구에 대항하여 노동자들 스스로 연대해서 살아남기 위한 자조적 성격이 강했다. 이런 점을 계승하여, 21세기 협동조합의 지향점을 담았다고 평가하는 소위 ‘레이들로 보고서’에서는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수정안이 아니고 그렇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대안이다.”3)고 강조하였다. 예를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협동조합은 오직 사기업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됐다. 협동조합운동의 선구자들은 협동조합의 사업 시스템이 점차 수많은 사람을 추종자로 끌어들이면 협동조합은 지배적인 위치에 오를 것이고,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마침내 협동조합 사회를 건설할 날이 온다고 설파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4)

 

로치데일 공정선구자 조합의 성공은 당시 노동자운동의 확산과 함께 노동자운동 내부에서 협동조합 운동을 급속도로 확산시켰다. 마르크스 엥겔스는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운동을 주목할 수 밖에 없었으며, 실제 두 사람도 20대의 나이에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했다는 문건도 있다. “노동자의 빈곤을 구제하기 위한 조직적 수단으로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쾰른에서 건강보험의 운영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목적으로 두 사람이 종합(생산과 소비를 모두 포함)협동조합 설립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대해 마르크스 26세, 엥겔스 24세 때의 편지로 확인할 수 있다.”5) 즉 1844년 11월19일 엥겔스가 마르크스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노동자 구제 사업을 위한 특정 단체 설립과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이 단체의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주택건축조합, 소비협동조합, 생산협동조합 등의 다양한 협동조합 설립과, 숙련된 직업교육, 노숙자나 극빈자 대책 등으로 구성하였으나, 행정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6) 이때는 마르크스 엥겔스가 협동조합을 ‘빈곤구제를 위한 부조적 성격의 노동자 조직’으로 판단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관점이야 어떻든 마르크스 엥겔스가 처음부터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협동조합에 대한 자료도 상당히 축적 하였다. 이는 여러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자료의 축적은 마르크스 엥겔스가 당시 주도했던 노동자운동 내부에서 협동조합을 어떤 식으로 고려해야 하는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론적 문제를 자신의 저작에서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뭏은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이번 글에서는 마르크스 엥겔스의 전기저작에서 협동조합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검토한다. 지난번에도 피력했지만, 마르크스의 전기저작은 필자의 임의대로 [자본론]을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며,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1860년대 까지의 협동조합 내용을 다루되, [자본론]은 다음 글에 포함시키려 한다. 왜냐하면 [자본론] 은 마르크스의 대표저작이기도 하거니와, 협동조합과 관련해서도 특별히 다룰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자본론을 포함한 1870년 이후의 후기저작에 나와 있는 협동조합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편으로 미룬다.

 

2. 1840~50년대 마르크스 엥겔스의 협동조합 견해

마르크스 엥겔스는 1840년대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미 언급하였지만 1840년대는 새롭게 대두한 잡다한 사회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유럽 각국의 노동운동이 일제히 분출한 시기이다. 당시 노동자 운동 내부에는 다양한 분파가 있었고, 그중 프루동, 로버트 오웬 등 협동조합을 주장했던 사회주의 세력과 차티스트로 대표할 수 있는 공산주의 세력 등 두 개의 분파가 가장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엥겔스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특히나 프루동 등의 협동조합 운동에 대해선 소위 ‘소부르주아적’이라고 비판하고, 노동자들에게 계급투쟁의 중요성과 올바른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엥겔스는 1846년 9월16일 브뤼셀에 있는 공산주의 연락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이 구세(救世 ; 세상을 구원함)계획의 거대함을 들어보십시오. 그것은 영국에서 이미 시행했으나, 열 번이나 파산한 노동바자회, 또는 노동시장이라는 것과 같은 것 입니다. 전 부문에 걸친 모든 수공업자 조합, 대규모 저장소, 조합이 납품하는 과정에서 시행된 모든 노동은 원자재 비용에 노동을 더해서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와 똑같이 평가된 다른 조합의 생산물로 지불하는 것, 조합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공급된 것은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생산자에게 지불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영리한 프루동은 동료조합원이 중간상인의 이윤을 피할 수 있다고 상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라면 자신의 조합자본의 이윤도 사라진다는 것, 이런 식으로 사라진 자본이나 이윤은 사라진 중간상인의 자본이나 이윤과 똑같은 크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그가 오른손으로 내버린 것을 왼손으로 다시 받는다는 것, 이것을 그 영리한 사나이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의 노동자들이 소요 자본을 결코 조달할 수 없다는 것, 조합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비용절감은 그로인해 생기는 커다란 위험에 의해 상쇄되고도 남는다는 것, . . . 중략 . . . 이일은 처음부터 모든 대공업, 건축수공업, 농업 등을 배제하는 떠돌이의 목가라는 것, 노동자들은 부르주아의 이익을 나누어 받기는커녕 오리혀 손실만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7)

 

윗 글의 초점 자체는 프루동의 노동바자회나 노동시장과 같은 자조적 성격의 조합에 대한 비판이었다. 엥겔스는 중간상인의 마진을 줄이기 위해서 소비자와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로 계획된 일부 수공업자 조합의 노동바자회는 약간의 비용절감은 가능하겠으나, 절대로 현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자본조달의 어려움이나 대기업 등과의 경쟁으로 파산할 위험이 더 높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당시 유행하고 있던 일부 협동조합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나아가 당시 프루동이 주도해서 설립된 조합의 특징에 대해선 중간단계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크기, 자본의 조달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경쟁력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마르크스는 엥겔스와 함께 [경제학 철학 수고]와 [신성가족]에서 당대의 잡다한 철학에 대해 평가하고, [독일 이데올로기]와 '포이어바흐에 대한 테제'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구체화시킨 후, 1848년 [공산당 선언]으로 이를 집대성한다. [공산당 선언]에서 마르크스는 "노동자 혁명의 첫걸음은 프롤레타리아트의 지배 계급으로의 고양, 민주주의 쟁취"8)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달라진 사회의 정책으로서 10가지 핵심 내용을 제시한다. 10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토지소유의 몰수와 지대의 국가비용 전환
2) 고율의 누진세
3) 상속권의 폐지
4) 모든 망명자와 반역자들 재산의 압류
5) 국가 자본과 배타적 독점을 가진 국립 은행을 통한 국가수중으로의 신용집중
6) 수송 제도의 국가 수중으로의 집중
7) 국영공장과 생산 도구들의 증대, 공동 계획에 따른 토지의 개간과 개량
8) 모두에게 동등한 산업 군대, 특히 농경을 위한 산업군대의 설립
9)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제거
10) 아동의 무상교육과 아동노동의 폐지. 교육과 물질적 생산의 결합 등9)

 

초기 마르크스 엥겔스의 사상이 집약된 공산당 선언의 10개의 강령에는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 협동조직들(상호부조조직,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에 대해 일반적으로 언급하고는 있어도, 협의의 협동조합에 대한 특정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 시점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독자적인 구상은 없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앞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주의 계파들이 혁명의 와중에 각각 협동조합건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상호 경쟁하고 있었다. 실제 [공산당선언]내에서도 모두 5종류의 사회주의에 대해 비판한다.10) 엥겔스는 [공산당선언] 1888년 영어판의 서문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선언]이 씌어졌을 당시에 우리는 그것을 사회주의 선언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었다. 1847년에 사회주의자들이라고 하면 한편으로는 다양한 공상적 체계들의 추종자들, 즉 이미 점차 사멸해 가는 종파들로 오그라들고 있었던 영국의 오웬주의자들, 프랑스의 푸리에주의자들을 의미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졸서들을 통해서 자본과 이윤에 어떠한 위험도 주지 않고 사회적 폐해들을 제거하겠노라고 약속하는 잡다하기 그지없는 사회적 돌팔이 의사들을 의미했다. 두 경우 모두에 있어서 사회주의자들이란 노동자 운동의 바깥에 서 있으면서 오히려 ‘교양 있는’ 계급의 후원을 구한 사람들이었다. 노동자 중에서 단순한 정치적 변혁들의 불충분함을 깨닫고 사회의 총체적 개조의 필요성을 요구했던 바로 그러한 부분은 그 당시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직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순전히 본능적인 종류의 공산주의였다. . . . 중략 . . . 이처럼 1847년에 사회주의는 중간계급의 운동이었고 공산주의는 노동자계급의 운동이었다. 사회주의는 적어도 대륙에서는 상류 사회적이었고, 공산주의는 바로 그 반대의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처음부터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계급 자신의 사업이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명칭들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또한 그 이후에도 우리에게는 공산주의와는 관계를 끊었다고 선언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11)

 

이러한 엥겔스의 평가는 당시 마르크스 엥겔스가 사회주의 운동을 일종의 지식인 운동 혹은 중간계급의 운동으로 평가절하 했다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때는 마르크스 엥겔스에게 요즘 식으로 말해 경제투쟁 혹은 제도 개선 투쟁, 한마디로 대중 노선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공산당 선언]에 드러난 유토피아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사실상 초기 협동조합 운동의 한계점에 대한 내용을 규정한 것이며, 초기 마르크스 엥겔스의 정치적 편향성도 작용하여 나타난 통합적 결과물로 봐야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1848년 혁명의 실패 직후인 1850년에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이라는 논문을 라인신문에 발표하였다. 1848년 혁명으로 인한 프랑스 사회의 각 세력, 계급, 분파들의 정치적 활동과 입장 등을 설명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공개적 클럽들이 존속할 수 없게 되자 비밀 결사들은 더 확대되고 더 강화되었다. 순수 상업회사로서 용인된 사업노동자 협동조합들은 경제적으로는 별 볼일 없었지만 정치적으로 그 모두가 프롤레타리아트의 결속 수단이 되었다.12)

 

여기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경제적 의미에 국한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경제적 착취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다만 정치적으로 노동자들의 조직으로서 노동자들의 결속수단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평가하였다. 그러나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마르크스는 내용과 소재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는 1852년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이라는 글에서도 협동조합을 언급하고 있다. 1848년 2월 혁명, 6월 폭동 등등에서 빠리의 프롤레타리아가 보여준 투쟁과 패배를 언급한 후에, 프롤레타리아가 사회적 조건의 미성숙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모색한다고 언급하고 이에 덧붙여 협동조합을 거론한다. 여기서도 여전히 협동조합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극히 일부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프롤레타리아트는 교환 은행 및 노동자 협동조합 같은 공론적인 실험에 몰두한다. 다시 말해 낡은 세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수단들을 모두 이용하여 낡은 세계를 변혁하기를 포기하고, 오히려 사회의 배후에서 사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제한된 생존 조건들 내에서 자신의 구원을 성취하려는 운동, 따라서 필연적으로 좌초하기 마련인 운동에 몰두한다.13)

 

여기서도 명백히 협동조합에 대해선 당시 마르크스가 판단했던 혁명의 전략적 방향과도 맞지 않는 ‘공론’에 불과한 것이고, 좌초하기 마련인 운동인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실험적 시도’의 제한된 긍정성을 부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상에서와 같이 마르크스 엥겔스는 노동자들과 함께 시도한 1848년 혁명을 비롯하여 1850년대 까지 당시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위해 지속적인 혁명 전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때는 협동조합운동을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혁명을 외면하는 지식인이나 미성숙한 프롤레타리아의 개량주의적 활동으로 바라보았다. 다만 극히 제한된 의미에서의 긍정적인 평가, 즉 협동조합운동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결속수단이나 생존수단에 불과하였다.

 

4. 1860년대 마르크스 엥겔스의 협동조합 견해

그러나 1860년대에 들어서면 마르크스의 협동조합에 대한 판단은 대단히 적극적인 내용으로 변한다. 인식 전환의 계기는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에 걸쳐 경제학 연구의 심화, 특히 자본론의 초고로 알려진 첫 번째 성과물 [정치경제학비판요강]의 정리였다. 필자가 판단할 때 경제학비판요강의 가장 큰 의미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태내에서,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잉태한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 있다. 이전부터 새로운 사회에 대해서는 언급했었으나,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 태내에서 자라고 있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즉 계급없는 사회는 혁명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이 전부였던 것이다.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 비판요강]에서 “교환 가치에 기초하는 부르주아 사회 내부에서 그것을 폭파할 수 있을 만큼 많은 폭탄들인 생산관계들과 교류 관계들이 산출된다. . . . 우리가 계급없는 사회를 위한 물질적 생산 조건과 그에 조응하는 교류 관계를 기존의 사회에 은폐되어 있는 것으로 발견하지 못한다면 기존 사회에 대한 모든 폭파 시도는 동키호테 짓거리일 것이다.”14)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1859년도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라는 글의 ‘서문’에서 ‘새로운 보다 높은 생산제관계는 그들의 물적 존재조건들이 낡은 사회 자체의 품에서 부화되기 전에는 결코 대신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류는 그가 해결할 수 있는 과업만을 제기한다.“15)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마르크스는 1850년대 말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면서 자본주의 태내에서 새로운 보다 높은 관계를 잉태하며, 이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모든 혁명실천이 공허한 것이라는 점을 최초로 제기하였다. 마르크스의 이런 주장과 관련된 미래사회와 협동조합의 관계에 대해선 다음편에서 보다 상세하게 다룰 것이나 이는 협동조합에 대한 보다 심화된 인식을 나타내는 전환점이었다.

또한 1860년 마르크스는 역시 자본론을 준비하면서 글 하나를 정리해 놓는다. 글의 제목은 ‘영국공장제 공업의 상태’로서, 이 글에서 마르크스는 공장감독관 보고서에 나오는 협동조합 관련 내용을 중시하고, 또 보고서를 첨부하였다. 마르크스는 이 보고서가 새로운 공장소유제도의 발전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포함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 제도는 공업공황이 발생하면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렇게 서술한 후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긴 문장을 덧붙이고 있다.

 

레드 그레이브와(역자주 ; 자본론에 나오는 공장 감독관) 킹 케이드의 보고서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게 흥미 있는 부분은 . . . 중략 . . . 랭카셔와 요크셔에서 공장설립과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의 발전과 확장에 관한 내용이다. 이들 협동조합은 유한책임회사법의 통과 후에 증가한 것으로서, 보통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각 조합은 1만 파운드 이상의 출자금을 확보하고, 자본은 5파운드와 10파운드 주식으로 분할하였으며, 조합은 출자금에 대해 일정한 비율로 차입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차입금은 노동자나 유사한 계층의 사람들이 내는 소규모 자본으로 구성하고 있다. . . .중략 . . . 임금을 받기 위해 근무하면서, 또한 자신의 출자금에 대한 이자도 받고 있다. . . . 중략 . . . 이것은 노동자에게 매력이 있다. . . . 중략 . . . 협동조합제도는 . . . 밀가루, 식료품, 옷감 등과 같이 다양한 소비물자의 상거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16)

 

이상에서와 같이 마르크스는 지금까지와 달리 처음으로 협동조합이 임금도 받으면서 이자(배당금)도 받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매력이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생산분야 뿐만 아니라 소비분야에서도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다. 로치데일 조합이 1844년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이미 이때는 상당히 안정적인 운영을 하던 시기로 봐야한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위의 내용 뒤에 12년간이나 지속되어온 로치데일 조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44%의 비율로 배당금을 지불”했다는 내용도 서술하였다. 다만 여기서는 협동조합의 ‘운동적 의미’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협동조합의 운동적 의미와 관련해서는 1864년 소위 제1인터내셔널 창립과 관련한 발기문에서 본격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1848년 혁명의 실패로 대륙의 노동자운동이 몰락했으나, 그런 와중에도 노동자운동 내부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면 두가지를 서술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협동조합운동이었던 것이다.17) 구체적으로 마르크스는 협동조합운동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한다.

 

자본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노동의 정치 경제학의 훨씬 더 위대한 승리가 닥쳐왔습니다. 우리는 협동조합운동, 특히 몇몇 대담한 일손들에 의해 이루어진 협동조합공장을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위대한 실험들의 가치는 아무리 과대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논의가 아닌 행위를 통해 그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대규모로 이루어지며 또 현대과학의 진보와 조화를 이루는 생산은 일손 계급을 고용하는 주인계급이 존재하지 않아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 열매를 맺으려면 노동 수단이 노동하는 사람 자신을 지배하는 수단이나 노동하는 사람 자신을 혹사시키는 수단으로서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노예노동이나 농노 노동과 마찬가지로 임금 노동 또한 과도적이고 낮은 단계의 사회적 형태일 뿐이며, 자발적인 손과 건전한 정신과 즐거운 마음으로 근로가 수행되는 연합된 노동 앞에서 사라져 버릴 운명이라는 것, 영국에서는 협동조합 제도의 씨앗이 로버트 오웬에 의해 뿌려졌습니다.18)

 

즉 다시 요약한다면 협동조합은 1) 주인계급이 없어도 생산할 수 있다, 2) 노동수단의 독점을 막는다, 3) 자본주의노동은 과도 노동에 불과하며, 연합된 노동앞에서 사라진다, 등이다. 앞의 언급에서는 마르크스가 주로 배당금 등을 거론했던 것에 비해 여기서는 협동조합 운동의 의미를 확장시킨 것으로서 착취가 배제되고 있으며, 연합된 노동(협동조합)이 자본주의 노동을 대체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협동조합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마르크스가 지적하는 협동조합의 한계는 1) 목적의식적인 실천이 아닐 경우, 2) 대규모적 추진이 아닐 경우라는 두 가지를 거론한다.

아무리 원칙상 탁월하고 실천상 유익하다 하더라도 협동조합이 개별 노동자들의 우연적인 노력이라는 협소한 영역으로 제한되거나, 전국적인 범위에서 추진되지 않으면 독점의 성장을 억제할 수 없고, 대중을 해방시킬 수도 없으며, 심지어 빈곤조차 눈에 띄게 덜어 줄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19)

제1인터내셔널 발기문과 한 셋트로 취급하는 1867년이 [임시 중앙 평의회 대의원들을 위한 개별 문제들에 대한 지시들](이하 ‘지시들’)에서는 협동조합 운동의 의미와 한계를 다시한번 분명히 정리하면서, 몇가지 사항을 새롭게 제기한다. 다음의 서술내용을 주의 깊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1) 우리는 협동조합운동을 계급적대에 기초한 현재의 사회를 변혁 하는 힘들 가운데 하나로 인정한다. 그것의 커다란 공적은, 자본에 대한 노동의 예속이라고 하는 빈궁을 낳는 전제적인 현재의 제도가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자들의 연합의 공화주의적이고 다복한 제도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2) 그러나 협동조합 제도는, 개별 임금 노예가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구성하는 왜소한 형태에 한정된다면 결코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할 수 없다. 사회적 생산을 자유로운 협동 조합 노동의 대규모적이고 조화로운 하나의 제도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와 사회의 전반적인 조건의 변화가 요구되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의 조직된 힘, 즉 국가 권력이 자본가들과 지주들에게서 생산자들 자신에게로 옮겨지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
(3) 우리는 노동자들에게 협동조합 상점보다는 협동조합 생산에 종사 할 것을 권고한다. 앞의 것은 현재의 경제 제도의 표면을 손댈 뿐이지만, 뒤의 것은 그 토대를 공격한다.
(4) 우리는 모든 협동조합 결사들에게 공동 수입의 일부를 기금으로 전화시킬 것을 권고한다. 그 기금은 실례와 교훈에 의해, 바꿔 말하면 새로운 협동조합 공장들의 설립을 설명과 설교로 촉진함에 의해 자신의 원리를 선전하는 데 사용된다.
(5) 협동조합 결사가 보통의 중간 계급의 주식회사로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주주이건 아니건 간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가 몫을 똑같이 받아야 한다. 일시적인 조치로서는, 주주가 낮은 율의 이자를 받는 것도 기꺼이 허용할 것이다.20)

 

위의 5가지 항목 중 1)과 2)는 앞에서 소개한 제1인터내셜널 발기문에서 규정한 내용과 같다. 새롭게 제기된 것은 3)번인데, 여기서 마르크스는 소비자협동조합보다는 생산자협동조합을 강조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은 생산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다. 과연 마르크스의 주장대로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선 생산자협동조합이 소비자협동조합보다 더 필요한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선 마르크스 이후 많은 사람들의 논란 거리였다. 예를들어 베른슈타인, 레닌은 소비자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현대에 이르러선 일본의 ‘가라타니 고진’등이 소비자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공식적인 국제협동조합 연맹의 입장으로 생각 할 수 있는 1980년의 [레이들로 보고서]에서는 오히려 생산자 협동조합을 좀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본고의 주제와 어긋나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다.

이상과 같이 마르크스 엥겔스의 전기저작에서 나타난 협동조합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계급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급성의 측면이나 전략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견해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186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치경제학 연구를 계기로 당시 활발해진 협동조합운동을 재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협동조합을 사회변혁의 힘으로서 공식 인정할 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사회의 모습으로도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생산체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생산자협동조합에 대한 강조를 또다른 특징으로 거론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사회변혁에 대한 목적의식적인 추구와 함께 추진되지 않거나, 전면적 시행이 아닐 경우에는 일정한 한계도 갖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다음 편에서는 마르크스의 대표적 저작인 [자본론]과 1870년 대 이후 협동조합에 대한 견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미주 ------------------------------------------------

  1. [協同組合を 学ぶ], 全労済協会監修, 中川 雄一郎, 杉本 貴志編集, 日本経済評論社, 2012년 15페이지.
  2. [로치데일공정선구자조합], 조지제이콥홀리요크 지음, 정광민 옮김, 그물코, 2014년 6월 초판 2쇄, 45페이지 
  3. [21세기의 협동조합], A.F.레이들로지음, 염찬희옮김, 알마, 2015년 7월 128페이지
  4. 위의 책 124페이지
  5. [マルクス.エンゲルス.レ―ニンと協同組合], 日野秀逸 著, 本の泉社, 2010년 4월, 77페이지
  6. 위의 책 78페이지
  7. [자본론에 관한 서한집], 한네스 스캄브락스 엮음, 김호균 옮김, 중원문화, 2008년 3월, 44~45페이지.
  8. [공산주의 선언] 칼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지음, 김태호옮김, 박종철출판사, 2004년 6쇄, 35페이지
  9. 위의 책 37페이지.
  10. 위의 [공산주의 선언]에서는 구체적으로 1) 봉건적 사회주의, 2) 소부르주아 사회주의, 3) 독일 사회주의, 4) 보수적 사회주의 또는 부르주아 사회주의, 5) 비판적 - 유토피아적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11.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1], 380페이지.
  12.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2], 75페이지
  13. 위의 책 295페이지
  14. [정치경제학 비판요강], 마르크스지음, 김호균 옮김, 그린비, 2007년, 140페이지
  15.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마르크스 지음, 김호균 옮김, 중원문화, 2007년, 7페이지.
  16. [マルクス=エンゲルス全集 第15卷], 오오우치효우에(大內兵衞), 호소가와 카로꾸(細川嘉六) 번역, 1965년, 77페이지
  17. 두가지의 긍정적인 면이란 바로 1) 10시간 노동제, 2) 협동조합운동을 의미한다. 이상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선집3], 9페이지
  18. 위의 책, 11페이지
  19. 위의 책, 11페이지
  20. 위의 책, 137페이지

 

박찬호 기자  bluepol6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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