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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따뜻한 병원으로 기억되도록

<웃으며 죽을수 있는 병원>을 읽고 건강미디어l승인2016.12.11l수정2017.05.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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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따뜻한 병원으로 기억되도록

<웃으며 죽을수 있는 병원>을 읽고

석유신


녹색병원의 슬로건 ‘편안한 병원, 돌보는 병원, 따뜻한 병원’ 이다. 하지만, 간호사인 나도 와닿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병원의 사전적 의미(병자를 진찰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갖추어 놓는 곳. 환자를 수용할수 있는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를 보아도 따뜻하거나, 웃음이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긴박감, 우울, 초조함이 가까울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은 환자 대부분은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질병이 손 쓸수 없을만큼 악화되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도 병원에 존재한다. 그들은 보통 수술이 필요하나 불가능하여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고 내과적 치료만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conservative care(보존적 치료)를 받으며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게 된다. 병원에 일하면서 그들을 보았을 때, 대부분 환자 뿐만 아니라 보호자들 까지도 무기력, 우울한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들에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증상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나,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 보호자의 투병생활하며 힘들었던 일을 들어주는 일이였다. 그마저도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환자나 보호자들이 간호사에게 일방적으로 하소연 하는 것이 대부분이였고, 간호사인 내가 환자에게 직접 다가가 그들의 속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궁금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할 수도 있다. 책을 펴고 마지막페이지를 닫으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간호를 해야할지 깨달았다.

<마츠무라 카즈오의 마지막 소망>
폐기종으로 장기 입원하고 있는 마츠무라 카즈오. 그의 직업은 엘리베이터 설치기사 였다. 때문에 작업 환경은 늘 분진이나 먼지가 날아다녔다. 그는 잦은 폐렴을 앓았었고,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24시간 산소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더 이상 일을 할수 없었던 그는 퇴직 후 취미였던 정원 가꾸기에 매진하며 집에서 산소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 생활도 잠시, 잦은 호흡곤란으로 죠호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환경>
그는 집과 다른 병원 병원환경에 답답함을 느낀다. 침대에서 잠을 청하기 어려워 방바닥에서 자고 싶다 간호사에게 요청하니, 간호사들은 두꺼운 장판을 깔고 그 위에 돗자리를 펴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찻집 같은 분위기의 병실로 만드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환자에 대한 치료 행위’라고 하며, 의사나 간호사들은 수술이나 약만이 의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도 장기 입원환자들을 보면, 집에서 사용하던 이불부터 시작해서 화재/화상 위험으로 금지되어 있는 전기포트, 전기장판, 수 많은 옷가지와 생필품들로 빈틈없이 병실 한칸 가득 채우고 있다. 다른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짐을 줄이고, 쾌적환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눈살 찌푸리며 봐왔던 나였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죠호쿠 사람들의 배려로 편안함을 찾은 환자의 사례를 보고난 후,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환경을 개선 해 주는 것 도 치료라고 느꼈고, 이렇게 하면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고, 환자와 간호사간의 라포 형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되었다.


<안정 취할권리 VS 치료받을 권리 와 상급병실>
병원 입원 치료중에도 잦은 호흡곤란으로 ‘나까지 답답해서 잠을 잘수가 없다’ 는 타 환자들의 항의가 들어오게 된다. 다인실에서 1인실로 주치의의 판단으로 옮기게 되었고, 병원에서는 상급병실 비용을 묻지 않는다. 그의 3년간 1인실 병실료는 0원 이였다.
- 본원에서는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Ventolin Nebulizer(하기도 증기치료)를 하는 호흡기 환자가 많은데 그 소리가 쇠깍는 소리와 비슷하다. 때문에 간호사에게 “저소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 병을 얻어가는 것 같아요.” “저 소리좀 안나게 해줄수 없어요? 아니면 저 환자 좀 다른 곳으로 옮겨주세요.”라고 불평하며 안정을 취할 권리를 주장한다. 호흡기 치료 환자를 같은 병실을 사용할수 있도록 조절하지만, 매번 호흡기 환자만 입원하는 것도 아니고, 퇴원 자리가 나면 다른 내과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입원을 하기 때문에 병실 조정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로, 호흡기 환자들은 타환자의 눈총을 받게 되고, 당연히 치료 받을 권리가 있지만 침해 당한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는 불평하는 환자에게 “3~5분간 식전에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입니다. 다소 불편할수 있지만, 서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상급병실 비용>
- 죠호쿠 병원처럼 무상으로 지원해 주지는 못하지만, 본원에서는 타병원에 비해 낮은 비용의 상급병실료를 부과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치료받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줄수 있는 병원. 우리병원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수 있는 병원으로 발전하기를  바래본다.


<DNR: Do not resuscitate. 연명 치료 중지>
- 환자가 소생 가능성이 없거나, 살아도 의식 없이 혼수상태로 생명만 유지하는 상태.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병원비, 간병비 등으로 경제적인 부담감과 심적 부담감이 크다. 이런 경우, 보호자들이 DNR 요구하기도 하고, 소생 가능성이 없을 때는 의사가 직접 DNR을 권하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본원의 경우 의사가 임종이 다가왔음을 알리며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장마사지, 승압제 등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또는 (보호자에게 DNR 권유하는 경우) “심폐소생술을 하여 응급상황을 면하수 있지만, 일시적인 연명 치료 입니다.” 라고 말하며 선택적으로 산소만 적용할지, 승압제까지 사용할지, intubation(기관삽관)까지할지 보호자에게 정하도록한다. 선택 하고난 그 이후로는,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 했지만, ‘내가 환자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환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설명하는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꼈지만 아직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숙제로 남았다. 죠호쿠 병원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 DNR 동의 >
병상태가 악화되어 마츠무라 에게도 위급상황시 연명 치료를 할것인지 선택해야할 순간이 찾아왔다. 인공호흡기를 이용하면 조금 연명은 할 수있지만 계속해서 수면상태로 있게될 것임을 설명했다. 어떤 상태로라도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애정이고, 기계로 연명하지 않고 일찍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하자는 생각도 애정이라 말하며 보호자의 선택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도록 설명했지만, 보호자는 선택하지 못하고, 환자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하지 않겠다고 미약하게 대답했다.


<마지막 귀가. 자신이 꾸며놓은 정원에 가고 싶다.>
용태가 급격히 더 나빠지기 전에 환자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집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야근 마친 간호사와 의대생 등의 자원봉사자 3명의 지원으로 행차가 결정되었고, 무사히 다녀올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병원을 나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싶은 것을 하며 죽음을 맞이했고, 일주일 후 마츠무라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자는 듯 세상을 떠났다.

- 이 책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또 변화시켰다.
환자 한 명으로 인해 가족들의 심적 부담감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되었고, 그들을 위해 나는 어떤 간호를 할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3년간 내가 행했던 간호는 진정한 간호가 아니였구나..’하는 죄책감도 있었고, 동시에 내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힘들게 느껴지는 것들이 환자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일’ 로 생각했기 때문에 업무가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였을까 하며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빛이 비추이면, 다른사람에게서도 빛이난다’ 마음깊이 새기며, 앞으로 환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도록 노력 할 것이다. 누군가 나로 인해 따뜻한 병원으로 기억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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