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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와 맞닿아 있는 죽음, 고독사에 대하여

홈리스뉴스44호 건강미디어l승인2016.09.02l수정2016.11.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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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와 맞닿아 있는 죽음, 고독사에 대하여

홈리스뉴스 44호
<김준희 / 홈리스행동 회원>

 

① 실직이나 사업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② 경제적 어려움은 가정해체로 이어진다.

③ 혼자 살게 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질병을 얻게 된다.

④ 질병으로 더 이상 일할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지가 없어 고립된다.

⑤ 질병이 악화되거나 자살하면서 삶을 마감한다.


1번에서 4번까지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일반적으로 홈리스가 되는 경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7월 <서울시 고독사 실태와 대안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고독사의 대표적인 경로이다. 고독사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 연결되어 있는 외로운 죽음이다. 그리고 위의 경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홈리스와 맞닿아 있는 죽음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쪽방, 고시원, 외떨어진 임대주택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은 동료의 부고를 전해 듣는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이는 임종을 함께할 가족과 친구가 있고, 사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애도하지만 어떤 이는 죽어서도 외면당한다.


고독사는 정의되지 않은 죽음

고독사(孤獨死)를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외롭게 홀로 맞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는 언론에서 사용하는 표현일 뿐, 우리 사회에서 법적 혹은 학문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고독사는 ‘혼자 죽음을 맞고, 사망시점에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시신이 발견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1인가구의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독거사’, 사회적 고립 속에서의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고립사’, 신체를 인수할 사람이 없는 죽음이라는 측면에서 ‘무연(고)사’라고도 불린다. 고독사의 공식적인 범주나 개념이 없으니 관련 통계나 정책이 없는 것도 놀랍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독거노인의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몇몇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노인을 중심으로 한 특수계층의 문제로 국한해서 다루고 있다.


고독사는 독거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복지재단과 KBS 파노라마 팀이 연구한 <서울시 고독사 실태와 대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독사는 독거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독사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경찰의 변사자 기록 자료와 전국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자 자료를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서 분석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하루에 4.7명, 5시간마다 1명씩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고 있었다. 그 중 40~60대의 비율이 73%, 남성이 72%로 나타났다. 서울시를 기준으로 보면 고시원, 원룸, 옥탑방, 쪽방, 비주거시설(창고)과 같은 취약 주거에서의 고독사 발견이 많았다. 지역과 연결해서 보면 고시텔 등 원룸형은 관악구, 도시개발 및 임대아파트형은 노원구·강남구 ·강서구, 다세대형은 구로구·관악구·은평구에서 높았다. 고독사를 1년 동안 취재한 KBS 파노라마 PD는 ‘① 경제적 어려움, ② 사회적 관계 단절, ③ 한 가지 이상의 질환, ④ 자살자 많음, ⑤ 사망 전 도움을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함’을 고독사의 특징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청년층의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는데, 취업준비생이 많고,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이 많다고 보고한다.


고독하지 않은 삶과 죽음을 위하여

고독사의 경로와 특징만 보더라도 많은 이들이 생전에 사회와 단절되어 고립된 삶을 살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독사는 살아서의 관계가 죽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사전·사후적 대안을 모두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25%를 넘어섰고,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해체되어 고립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점차 늘고 있다. 고독사는 더 이상 특수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공공의 문제가 된 것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이미 무너진 사회적 관계망 회복’이 중심에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안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독사 문제에 주목한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1인가구의 단절된 관계망을 회복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복지의 연장선으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 1인 가구 실태파악 및 생활지원, 지역연락망 구축, 임종기 지원, 사회적 가족 만들기 등이 그 예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정책들을 참고해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고립된 개인의 단절된 사회적 관계망 회복을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고독사와 관련된 법률 제정 및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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