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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영리화에 맞서 지역의료를 지킬수 있는가

일본의 신전문의 제도와 민의련의 대응 박찬호l승인2016.06.02l수정2016.08.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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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2017년부터 신전문의 제도를 시행할 예정에 있습니다. 신전문의 제도는 일본의 의사수련 제도를 초기 수련과 후기 수련으로 구분하고,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시행하는 초기 수련에 대해선 의무 사항으로 하였습니다. 후기 수련은 의무는 아닙니다만, 초기 수련을 마친 사람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 각 전문 영역을 결정해서 지원하여 진료 영역별로 3년 혹은 4년의 수련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초기 수련은 인턴에 해당하고 후기 수련은 레지던트에 해당합니다. 일본에서는 초기 수련에 해당하는 전공의를 ‘켄슈이’(硏修医)로 부르고, 후기 수련 전공의를 ‘센코이’(專功医)로 부르고 있습니다.

▲ 민의련의 수련의사 홈페이지모습

물론 지금도 일본에서는 전문의가 있습니다. 전문의가 전체 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입니다. 전문과목은 기본 과목과 서브스페셜티로 구별하는 데, 기본과목은 18개였습니다만, 2010년 ‘종합진료 전문의’라는 과목을 신설해서 19개 과목이 되었습니다. 서브스페셜 과목은 17개입니다.(소화기병, 혈액, 내분비대사, 당뇨, 신장, 간, 알레르기, 감염증, 노인병, 신경내과, 소화기외과, 호흡기외과, 심장혈관외과, 소아외과, 류마치스) 서브스페셜은 우리와는 약간 다릅니다만, 크게 보면 대동소이하죠. 지금까지 전문의는 각 학회에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일정한 수련을 거친 후에 임명해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확실한 역량을 갖춘 의사에 대해선 수련 과정없이 전문의를 인정하는 ‘인정의’ 제도도 있었습니다. 전일본민의련에는 인정의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제 신전문의 제도가 시행되면 각 학회에는 손을 떼고, ‘일본전문의기구’라는 조직을 설치해서 전문의 인정이나 갱신을 담당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의사 조직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해왔던 영역을 확실하게 국가 관리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또한 후기 수련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을 ‘기간병원’이라 하고, 기간 병원과 협력해서 후기 수련의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협력병원’이라 합니다만, 지도의 수나 환자 수 등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할 예정인 것 같습니다. 사실상 대학병원이 기간병원이 될 것은 뻔한 것이며, 실제적으로도 대학병원이 전문의를 배치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사회, 일본병원회, 전일본 병원협회, 전국자치단체병원협의회, 일본일차의료연합학회 등 일본의 의료 관련 기관에서는 공통적으로 신제도가 시행되면 지역에서 의사부족이 증가하고 대학이 사실상의 의사 이동을 지배 하는 시대가 초래하며, 공공의료비 억제, 의료 제공 구조의 국가 통제 강화 등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나아가 전공의에 대한 신분보장이나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의사나 자격을 갱신하지 못하는 의사 등이 발생할 문제점이 있다고 의견 일치를 봤습니다. 2016년 들어서는 일본의사회나 의료 단체 등이 지역의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사회보장심의회 의료부회에 ‘전문의양성 평가검토 전문위원회’가 설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 신전문의제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사회보장심의회 의료부회의 회의모습

전일본민의련에서는 “전공의의 정수를 정하고, 전문의 자격에 대한 승인을 통제하여 의사의 근무지를 제한하려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의사수와 의료 서비스 공급기관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였습니다. 또한 “대학병원에 대한 의사 집중이 심화하여 지역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공급이 큰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전일본민의련에서는 2015년에 ‘신전문의 제도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였습니다. ‘견해’에서는 신전문의 제도가 출발하기 전에 신제도가 지역의료의 붕괴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① 현재 각 학회에서 전문의로 인정하고 있는 소위 ‘인정의’를 현재와 분리시키지 않도록 할 것, ② 자격 갱신에 대한 현역 전문의의 자격 갱신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것, ③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제도를 시작하지 말 것, ④ 제도의 법제화나 진료수가상의 위치 부여는 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전일본 민의련은 의사로서의 삶의 초기 단계부터 전문 과목을 결정하

▲ 신전문의제도를 특집으로 다룬 민의련의료 2015년3월

여야 하고, 자격 취득과 갱신을 위해 근무지도 제한받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과적으로 의료 제공 기관의 종합성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전일본 민의련의 다수를 점하는 의료기관은 중소병원과 진료소로서 일상 질병(common disease), 고령자 의료, 인지증을 축으로 하면서, 암 완화케어, 종말기 의료 등과 필요한 일정 수준의 급성기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지역의 보루로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런 현장에서 의사 양성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전일본민의련이 지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과제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같이, 최근 일본에서는 일본일차의료학회, 일본가정의학회, 일본종합진료의학회가 2010년에 합병하여 회원수 약 1만2,000명의 의사회원을 거느린 ‘일본프라이머리케어 연합학회’를 발족하였습니다. 또한 19번째의 전문 과목으로서 통칭 ‘종합진료 전문의’를 신설하였습니다. 바로 이 학회에서 인정하는 전문의입니다. 전일본민의련이 양성하려하는 그런 유형의 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총회에서도 전일본민의련은 종합진료 전문의가 사실상 지역의료의 문지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의 양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미국식의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 있고, 또 의료의 영리화가 의료 전반에 걸쳐 상당히 퍼져 있는 상태입니다. 바로 전일본민의련이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국민개보험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보장성과 함께 이를 토대로 평균 수명 등의 연장과, 상당한 수준의 의료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전문의 제도는 최근 의료비 삭감과 의료의 영리화를 추진하는 일본 정부가 의료 영역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달성하기 위해 시도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 정부의 의도가 100퍼센트 관철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특히 신전문의 제도 시행 과정에서 신설된 19번째의 전문의 ‘종합진료전문의’의 채택은 전일본민의련에서도 전략적 중정 과제로 설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제도의 약한 고리를 치고 나가는 일본 특유의 끈질김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찬호  bluepol6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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