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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을수 있는 병원이 가능했던 이유

이시가와 긴이쿄(石川勤医協)와 죠호쿠 병원(城北病院) 박찬호l승인2016.05.18l수정2016.07.0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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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면서 죽을수 있는 병원]의 원본 표지

2. 죠호쿠 병원의 현재

죠호쿠 병원에서 종말기 환자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행차’가 언제부터 시행되었는지는 현재 근무하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언제부터 시행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공식적인 죠호쿠병원의 답변은 “언제부터 시행되었는지는 기록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만 죠호쿠병원은 60년전부터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때 그때 환자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간호사나 직원들의 활동이 무수히 있어 왔습니다. 이런 활동을 ‘행차’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십 수 년 전부터입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다. 본서에 주치의로 나오는 죠호쿠 병원의 부원장 야나기사와 선생도 역자와의 만남에서 “죠호쿠 병원에 와보니 전통처럼 하고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의사인 나로서는 종말기 환자를 치료해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분들의 바람이라도 들어줘야 겠다는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답변했다. 역자가 죠호쿠병원을 방문한 4월22일에는 마침 일본의 유명주간지 [분슌(文春)]에서도 죠호쿠 병원의 활동을 르뽀기사로 게재하였다. 르뽀기사에는 신간센을 타보고 싶어하는 종말기 환자의 ‘행차’와 간호사들의 활동내용이 실려 있었다. 말하자면 죠호쿠병원에서 종말기 환자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행차’는 그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활동이었는 데, 어느날 방송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고, 다큐로 방송된 것이다. 처음에 죠호쿠 병원을 취재한 가나자와 TV방송국의 나가사키(中崎)기자도 “일본의 의료가 너무나 어려워서 모든 병원이 헉헉거리고 있는 데, 죠호쿠병원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하고 대단히 많은 간호사들에게 질문을 했으나, 들은 대답은 “좋아해서요.” “병원의 전통이에요.”라는 두 종류의 답변뿐이었다고 밝혔다.

▲ 죠호쿠병원을 처음으로 취재하여 방송한 가나자와 방송국의 두 기자. 왼쪽이 카메라 기자 츠지모토, 오른쪽이 일반기자 나가사키이다. 책의 내용은 주로 나가사키가 취재한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죠호쿠병원의 원장 오오노겐지(大野健次)는 병원에서 원장의 주된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원들의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직원들이 각자 알아서 잘 하고 있는 데, 원장이 나서서 이런 저런 간섭이나 말을 하게 되면 오히려 방해만 되기 때문에, 자신으로서는 방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야나기사와 부원장은 부원장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원장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런 답변은 간호부도 마찬가지였다. 수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자 “원장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는 마치 서로 그렇게 대답하자고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답변을 했던 것이다. 결국 원장은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부원장 이하 간부들은 원장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상황이니, 이런 조직이야말로 상향식 조직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야나기사와는 죠호쿠병원이 다른 병원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만일 의사가 자신의 환자에 대해 이러이러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하면 간호사로부터 “이 환자는 움직이는 것도 위험합니다. 안됩니다.”라는 답변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 의사는 대개는 이런 간호사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 같으면 이런 식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 웃으면서 죽을수 있는 병원을 만든 주역들. 죠호쿠병원의 수간호사들이다. 왼쪽부터 시게미츠마유미(重光真弓),원진녹색병원의 가정의학과 김미정 과장, 스즈키치히로(鈴木千尋), 아오키 시즈코(青木静子, 간호학생 담당)수간호사

 

죠호쿠 병원은 현재 309병상이며(응급실 5병상 제외), 현재 입원병실 현황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 죠호쿠병원의 병동별 환자수와 간호사 수

병동별

병상수

평균재원 환자수

간호직원수

야간근무자

간호사

간호보조

동2병동

급성기

48

43.9

31

5

3인

동3병동

40

38.3

31

6

3인

서3병동

44

37.5

24

6

2인(1인준야간)

동4병동

지역포괄케어병동

41

39.7

22

9

2인

북2병동

회복기

재활병동

46

45.3

25

6

2인

북3병동

의료요양병동

48

46.8

18

11

3인(개호복지사 포함)

남요양병동

장기요양병동

42

40.5

14

9

2인(개호복지사 포함)

소계

 

309

292

165

52

 

(주의 ; 응급실 병상 제외)


위의 표에 어떤 특징이 있을까? 사실 이것은 죠호쿠 병원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전일본민의련 병원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봐야한다. 죠호쿠병원은 이시가와 긴이쿄의 센터병원이기 때문에 급성기에서 만성기, 요양, 재활에 이르는 모든 환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침 하에 현재 일본의 의료제도에서 허용하는 모든 병상을 설치한 것이다. 전일본민의련에서는 지역 센터병원의 경우에는 급성기에서 장기요양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치료가 가능하도록 방침으로 정해놓고 있다. 전일본민의련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진다는 관점에서 각 시대별로 상황에 맞도록 그때 그때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시대별 과제를 보면 60년대는 고도급성기 의료 구축, 70년~80년대는 산재직업병, 공해병에 대한 대책, 90년대 이후에는 노인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중요했다. 죠호쿠 병원의 병상은 전일본민의련의 시대별과제에 발맞춰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죠호쿠 병원의 특징은 인력구성에 있다. 인력구성에서 다른 병원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사회복지사(소위 MSW ; Medical Social Worker)와 재활치료사(운동, 작업치료사), 영양사가 다른 병원의 두 배라는 점을 제시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는데, 이들 세 직종은 모두 일본의 엄격한 진료수가 구조로 인하여 실제적인 진료비 매출의 증대효과를 의도하기가 어려운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또 건강예방활동의 관점에서 보면 필수불가결한 직종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소셜워커의(사회복지사) 경우 수가로 책정된 금액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재활치료사나 영양사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수가로 책정된 금액이 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는 그마저도 없다. 그러나 죠호쿠병원에서는 사회복지사의 활동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의료, 차별없는 평등의료나 장기요양 활동을 실현하기 위해선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필수라고 판단한다. 오오노겐지 원장은 그의 저서 [국가가 지역의료를 망치는 날]에서 죠호쿠병원에서 사회복지사는 1977년부터 배치하였다고 밝혔다. 당시엔 이시가와 현으로 지역을 확대해도 사회복지사를 채용한 병원은 단 한군데도 없었으나, 당시 원장이었던 아자미 쇼조가 결단한 것이라고 밝혔다.주1) 그 이후 전통적으로 많은 사회복지사를 배치하여 환자들의 상담을 받고 있으며, 현재 경영문제 등으로 6명밖에 두지 못해서 안타깝다는 서술을 하고 있다. 사실 전일본 민의련의 모든 병원이 일반적인 병원보다는 사회복지사 등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64%수준까지 치솟지만, 서민을 위한 의료에서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죠호쿠 병원이 적자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죠호쿠병원은 작년에 1%의 흑자를 냈다. 상세한 분석은 자료가 없으나, 일단 외래와 입원의 분리가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죠호쿠 병원은 길 하나를 두고 죠호쿠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죠호쿠 진료소는 사실상 죠호쿠 병원의 외래를 담당하고 있다. 말하자면 입원은 죠호쿠 병원에서, 외래는 죠호쿠 진료소에서 맡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길 하나를 두고 있으면 각각 별도의 기관으로 본다. 또 병원급의 외래 쏠림을 막기 위해서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진료비 우대정책이 많다. 환자들에게도 1차 기관에서 받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에 굳이 외래는 병원에 가지 않고 인근 1차 의료기관에 가겠다는 뿌리 깊은 일본특유의 문화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엄청난 물자절약이 있는 데, 매출 대비 재료비의 비중이 11%,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관리비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필수적인 비용만 집행하고, 물자도 최소한도로 사용하면서, 원가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 죠호쿠 병원 바로 뒷편에 길하나를 두고 있는 죠호쿠진료소 전경

죠호쿠 병원은 현재 병원건물의 개축공사를 추진 중에 있다. 총 공사비용 32억엔이 소요될 예정이며, 이중 10억엔은 도모노카이(友の会)회원들의 기금으로 충당하고, 22억엔은 은행에서 융자할 방침이다. 지역주민 조직인 도모노카이는 죠호쿠 병원의 경영상의 문제, 지역주민이 함께 어떤 병원, 어떤 의료가 좋은 것인가 늘 고민하는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가나자와 시 인구는 46만명, 이중 28,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그중 죠호쿠병원과 직접 관계하는 도모노카이는 ‘북도모노카이’이며, 회원수는 1,900명이다. 1,900명중에 사무실에 출근하거나 모임에 적극적인 사람은 약 40명정도. 도모노카이 사무실에는 상근자가 회원을 중심으로 6명이 근무한다. 지역이름을 딴 ‘아사노(浅野)싸롱’이라는 찻집도 운영한다. 본문에 나오는 야시키 할머니의 경우 도모노카이 회원이었으나, 소식이 뜸해서 집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이렇듯 죠호쿠 병원에서는 도모노카이 회원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특히나 혼자 사는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각 부서별로 담당 지역을 정해놓고, 1년에 4번 도모노카이 소식지가 나오면 담당지역을 방문해서 배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죠호쿠병원과 같은 병원이 많이 있다. 전일본민의련의 병원들은 대개 똑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료의 공공성을 생각하는 한국의 의료진들도 죠호쿠 병원과 같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진료를 배워야 겠다. 일본에서는 죠호쿠 병원과 같은 진료를 ‘마루고토(まるごと)’진료라고 통칭한다. 마루고토는 사전의 뜻을 보면 ‘통채로’라고 적혀있다. 어떤 질병의 증상에만 신경쓰고 진료하는 소위 대증요법과 반대말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환자가 사람이라는 점, 사람의 경우에는 정서적 지원이나 환경에 대한 고려가 진료과정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용어인 것이다. 환자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는 것, 질병과 직접적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점에 대해서도 전부 고려하는 진료인 것이다. 21세기 의료가 나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미주

1) [국가가 지역의료를 망치는 날](国が地域医療を滅ぼす日), 大野健次지음, 와니북스, 2016년, 120페이지. 이 책에는 죠호쿠 병원이 있는 지역에서 치료가 늦거나 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의 사례가 20건이 실려있다. 이들은 모두 선진국 일본의 민낯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이스로 노숙자, 독거노인들이 대다수다. 책에서는 모두 죠호쿠병원의 사회복지사들이 발굴하고 상담하여 진료를 받게 하는 활동내용이 상세히 실려있다. 

 

박찬호  bluepol6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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