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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삶, 불평등한 죽음

건강미디어l승인2015.11.11l수정2018.09.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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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삶, 불평등한 죽음

                                                   <홈리스뉴스36호>
                                                   홈리스뉴스 편집부


가난한 이들은 인간답게 사는 일도, 인간답게 세상을 떠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거리의 찬 바닥에서 숨을 거두거나, 구급차를 타고 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홈리스들의 부고는 돌아가신 지 한참이 지나서야 듣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장례를 치룰 시간조차 얻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 쪽방 주민과 지역 단체들이 함께 치른 한 쪽방 주민의 추모식. 쪽방 동료가 상주를 맡았다

우리나라의 홈리스(노숙인쉼터 등록자 대상) 사망자는 1998년 5명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증가, 2009년의 경우 35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한 해 홈리스 사망자가 300명에 달한 2005년 이후 매해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주영수, 2011. 「우리나라 노숙인 사망 실태」). 한편, 연고가 없거나 연고자의 인수거부로 ‘무연고사’의 건수 역시 2011년에는 682명, 2012년에는 719명, 2013년에는 878명으로 연도별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김춘진 의원, 2014. 「대한민국 고독사의 현주소와 미래 - 2014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

‘무연고사’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 따라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장례를 포기한 주검을 일컫는 말입니다. 결국 이 시신들은 무연고 시체 처리규정에 따라 화장이나 매장을 하게 됩니다. ‘장례’는 생략됩니다. 규정 이름이 그러하듯 죽음은 곧 사체 발생을 의미하고, 사체는 ‘처리’될 뿐입니다. 한편,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장은 의과대학의 장이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합니다. 고인의 생전 의사와는 무관하게, 무연고 사체라는 이유로 시신은 해부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법률이 뜻하는 사정은 짐작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얼굴을 한 법률은 아닙니다.


죽음을 위한 비용

‘관혼상제’란 말이 있듯, 장례는 인간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죽음이란 게 뜻하지 않게 찾아오기에 생전의 지인들과 아니, 살아있는 사람들이 고인을 떠나보내기 위해 적잖은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이 필요합니다. 그럼, 이 비용은 누가 치러야 할까요? 유산이 있다면야 걱정할 일 없겠지만, 가난한 이들의 죽음에 필요한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요? 우리사회가 응답하는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장례의식 없이 무연고 사체로 처리하거나, 장제급여를 통해 장례비용을 보조하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있으나마나 한 장제급여

기초생활수급자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룬 유족에게 장제급여가 지급됩니다. 물론,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 비용은 총 75만 원입니다. 이 금액은 장례를 치르기에 적절한 금액일까요? 먼저, 왜 75만 원 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복지부에 질의하였습니다.

<질문> 현행 장제급여는 생계, 의료, 주거급여 수급자가 사망 시 1구 당 75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75만 원’의 산출근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장제급여 관련)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 사체의 검안, 운반, 화장 또는 매장 기타 장제조치를 행하는데 필요한 금품으로 1구당 75만 원의 장제급여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 현실태상 75만원의 금액으로 장제를 모두 치루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장제급여의 성격이 수급자 가구의 금품으로 장제를 치르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적 성격의 급여로서 지급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모자라는 돈은 고인 또는 유족이 보태 쓰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초수급자로 받는 돈을 생각하면 이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왜냐면, 최저생계비는 말 그대로 한 달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금액으로 책정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항목에 죽음 준비비란 항목이 없음은 당연합니다(물론, 올해 7월부터 급여 책정방식이 바뀌었으나 그 수준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수급자가 본인의 사후를 위해 허리띠를 더 졸라매거나, 유족에게 책임을 넘겨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일수록 죽음 이후를 챙길 유족이 온전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을 못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현실에서는 비용 문제로 유족들이 장례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왜 복지부는 스스로 말하듯, 장제급여가 모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걸까요?


무연고 사망자는 처리 대상이 아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사체 인수를 거부당한 주검은 무연고 사체로 처리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은 동료의 부고를 한참 지나 우연한 기회에 듣거나, 아예 모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연고 사망자, 홈리스들에게도 지인들과 이별할 시간, 의식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동료가 사망하면 공원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행사를 때마다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비용이 들지만 대부분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추렴한 돈으로 치루고, 또 남는 경우도 잦습니다.
따라서 무연고 사체라 하더라도 장례를 치룰 기회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생전에 가까이 지냈던 동료, 단체들에게 부고를 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미, 복지부도 위에 언급한 질의 답변을 통해 “친인척 등의 관계가 아닌 이웃, 교우, 기타 단체 등”도 장사법에 따라 “망자의 장례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권한이 문제가 아니라면, 장례가 현실화되기 위한 제도와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부고조차 듣지 못하는 현실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장례에 필요한 비용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장제급여가 장례 실비 성격으로 현실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 수 있게
산자들에게 죽음, 장례에 대한 이야기는 불편합니다. 그러나 삶이 죽음으로 이어지듯, 인간다운 삶과 인간다운 죽음 역시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삶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 수 있게 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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