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3.4.3 월 20:43

느티나무 의원을 시작하며

박지선l승인2015.10.07l수정2018.09.20 21:0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시작은 구리YMCA에서 원진녹색병원으로 보낸 한 장의 공문이었다.

‘대안적 공동체를 꿈꾸는 지역사회 활동가 양성과정’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제목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이 8주간의 교육과정을, 목요일 오후 진료를 빼 준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혹 해서 듣게 되었다.

온통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협동조합, 마을 공동체, 대안적인 삶.. 답답한 현실 속에서 뭔가 희망이 되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빠져들기 시작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교육 과정을 통해 알게된 좋은 사람들과 의료생협을 만드는 일을 한 번 해보기로 결의 했다.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직감에 의해 움직였던 것 같다.

이어진 심화 교육 과정을 듣고, 의료생협 연합회를 쫓아다니고, 구리 남양주를 돌아다니며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처음엔 생소하기 짝이 없었던 ‘지역사회 활동가’라는 무리에 나도 무릎 정도까진 담그고 있지 않나 싶은 정도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병원, 그 곳에 일하는 신뢰받는 주치의. 이 꿈을 위해 지난 4년 동안 달려오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준비 과정 중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생겨서 의료생활협동조합이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냐 기로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을 택했는데, 그 때문에 조합원 500명에 출자금 1억원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넘어야 했다. 힘들게 개최한 창립총회는 서류상의 문제로 반려되어 1년이라는 시간을 더 허비하고 두 번 창립총회를 치르기도 했다. 의원 개원과정에서도 입지 선정 문제, 인테리어 문제를 넘어 마지막에 메르스까지 터졌을 땐 정말 맥이 빠졌다.

지난 9월 12일 느티나무 의원의 개원식이 있었다. 대안적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마을은 여전히 잔혹한 자본주의의 울타리 안에 있다.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느냐 하는 훨씬 더 큰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공부하며 겪으며 배운 것 중 하나가,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문제가 예전보다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혼자가 아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앞으로의 과정도 조합원들과 함께 해 나가기에 덜 두렵다.

조합원들이 마련해 준 진료실로 출근하며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문구를 떠올린다. 나는 협동의 힘을 믿는다.

박지선  jisnfm@gmail.com
<저작권자 © 건강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지선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미디어소개기사제보후원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중랑구 사가정로49길 53  |  대표전화 : 010-4749-4511  |  팩스 : 02-6974-1026
사업자등록번호 : 제206-82-13114호  |  이메일 : mediahealth2015@gmail.com  |  발행인 겸 편집인 : 백재중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재중
Copyright © 2023 건강미디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