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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죽을수 있는 병원

남은 생이 일주일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박찬호l승인2015.09.12l수정2015.11.0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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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1일 전일본민의련 평화학교 수료생들이 녹색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식사자리에서 방문단 단장인 야마모토 요시코(山本淑子) 민의련 이사는 [웃으면서 죽을수 있는 병원]이라는 작은 문고판 책을 선물했습니다. 저자는 '가네자와 TV'라는 방송국입니다만, 책의 주된 내용은 가네자와라는 일본의 이시가와현(石川県)의 작은 도시에 있는 ‘죠호쿠병원’(城北病院)의1) 종말기 환자치료와 종말기환자들의 일상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책은 바로 이 병원에서의 이야기를 TV방송에서 도큐멘터리로 보도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웃으면서 죽을수 있는 병원] 표지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죠호쿠병원은 전일본민의련에서 상당히 알려진 병원입니다. 한국에서도 알 수 있는 분으로는 우선 오랫동안 이 병원에서 원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명예원장으로 계신 아자미 쇼죠(莇 昭三)선생이 있습니다. 아자미 쇼조선생은 건강미디어에서 출판한 [731부대와 의사들]이라는 책의 원판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의료]라는 책을 비롯해 여러 저서가 있습니다. 또 예전에 소개한 바 있는 초창기 민의련 회원으로서 우치나타 진료소 투쟁을 비롯해, 전일본민의련의 공동조직 활성화에도 초석을 놓은 분입니다.2)

또한 녹색병원과 전일본민의련이 협약을 맺을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고 우리나라에도 자주 오셨던 하라 가즈토(原 和人)라는 내과선생이 근무하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하라선생은 예전에 민의련 부회장이었고, 현재는 일본 반핵의사회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3)

이사가와현의 가네자와시는 작은 도시여서 녹색병원과의 저녁식사 때 야마모토 이사는 가네자와라 시는 도쿄에서 직접갈 수 있는 신간센이 최근에야 개통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작은 도시의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행했던 의료서비스와 함께 그곳에서 생활했던 환자들의 모습이 그것도 지역방송국의 심야시간에 방영된 것이지만, 일본전국에서 상당한 감동을 느끼게 했습니다.

▲ 가네자와시의 죠호쿠병원 전경

죠호쿠병원은 314병상 규모라서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314병상은 일반병상 224병상, 요양병상 90병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설립법인은 ‘공익사단법인이시가와근로자의료협회’라는 곳입니다. 설립은 1949년이니 올해로 치면 65년이 되었네요.

종말기치료하면 우리는 일단 ‘완화케어병동’을 생각합니다만, 죠호쿠병원에는 공식적인 완화케어병동이 없습니다. 한국에도 최근 완화케어병동을 공식적으로 수가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녹색병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공식적인 완화케어병동을 인정받지 못하면 수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죠. 책에서는 첫 번째 사례로 사사지마키치로(笹嶋吉郎)라는 환자를 소개합니다.

▲ 실제 사사지마 환자의 모습

소제목은 “남은 생이 일주일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입니다. 사사지마 환자는 폐암 말기 환자로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여 담당 주치의 야나기사와 후카시(柳沢深志)선생은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면서 가족들에게 환자의 여명이 일주일정도 남았다고 이야기하고 환자가 혹시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환자의 가족들은 울면서도 야나기사와 선생과 함께 환자에게 물어봅니다. 사사지마씨는 어릴 때 집안사정으로 헤어졌으나 뒤에 자신에게는 엄마의 역할 해준 자신의 누나를 보고싶다고 답변합니다. 죠호쿠병원에서는 환자가 누나를 만날 수 있도록 휠체어와 산소마스크 등을 준비하고, 지역의 요양원에 머무르고 있던 누나와 연락을 합니다. 죠호쿠병원에서는 이렇게 임종기의 환자가 마지막 바램을 위해 외출하는 것을 “행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행위를 간호사들은 아주 기쁘게 준비하는 데, 더 놀라운 것은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은 “말기 환자가 얼굴가득 웃으면서 말을 하는 것을 볼 때 우리도 간호사로서 정말 큰 기쁨이되고, 자신의 일에 대한 긍지를 갖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힘을 얻습니다.”고 표현합니다. 사사지마씨는 계속해서 기침을 하고 숨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간호사들이 동행하여 누나를 만나게 됩니다. 병원의 햇볕이 잘 드는 데이룸이라는 곳에 침대를 운반하고, 또 휠체어에 옮기고 장애인 차량을 이용해서 요양원에 갑니다. 사사지마 환자는 누나를 만나자 “얘가 제일 고생했어”라며 자신을 다독이는 누나 앞에서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하는 장면을 만듭니다. 이런 모습을 본 가족이나 의료진도 같이 울고. 함께 기념촬영도 합니다. 그런데 누나를 만난 이후로 사사지마 환자는 놀랄만큼 기력을 회복하는 상태가 됩니다. 누나를 만나면서 생의 의욕을 다시 찾게 된 것이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으나 감동을 주는 의료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전국에서 방송은 2008년 6월입니다만, 아직도 죠호쿠병원 의료진들의 서비스는 일본전역에서 회자되고 있기에, 이렇게 또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나중에 꼭 번역해 보고 싶은 내용입니다.

 

----------- 참조 -----------

1) 죠호쿠병원 홈페이지 http://jouhoku-hosp.com/

2) 아자미쇼조 선생에 대한 내용은 [차별없는 평등의료를 지향하며]의 103쪽, 253쪽, 315쪽, 338쪽, 370쪽, 422쪽 등에서 참조할 수 있다.

3) 하라 선생의 인터뷰 기사는 http://newsmin.co.kr/print_paper.php?number=4341참조.

박찬호  bluepol6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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