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찾아서> (법정에 선 고문피해자를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

이 책은 고문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재판과정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고 법률전문가와 의료인들이 함께 피해자의 정서적 어려움에 협조하여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고문피해자인 고 김근태 의원의 부인이자 현 국회의원이면서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숨'의 공동대표인 인재근 의원의 추천사를 싣는다.

추천의 글

인재근 (국회의원, 김근태기념치유센터 공동대표)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과거의 여러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세계 각국,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전해온 이야기는 바로 대한민국과 제 주변사람들이 겪은 일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정의를 찾아서’는 국제고문피해자재활협회(IRCT)에서 고문피해자들의 경험과 그들에 대한 지원 사례를 모은 보고서입니다. 한 개인의 삶이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 앞에 얼마만큼 망가질 수 있는지,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줍니다.

불의에 맞서는 일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그 대상이 국가권력일 때는 더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피해자들은 때로는 보복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재판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 많은 희생을 감내하고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고문보다 더 큰 절망이 되어 피해자들을 짓누릅니다. 실제로 많은 고문 피해자들이 정의를 찾고 잃어버린 삶을 회복하는 여정에서 이와 같은 이유로 주저앉고 맙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일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고문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한편, 가해자들에 대해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만할 것입니다.

고문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살다간 제 남편 김근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역사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김근태를 믿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받았던 소중한 마음들은 고문피해자들을 위해 김근태기념치유센터를 세우는데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부디 이 책으로 더 많은 분들이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격려는 절망을 넘어 설 수 있는 더 강한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