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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결핵 바로 알기

오경현l승인2015.08.17l수정2015.10.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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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결핵 발로 알기

북한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사회시스템 곳곳이 붕괴되었는데, 특히 보건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식량난과 더불어 이러한 보건의료시스템이 붕괴될 때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모자보건과 전염병이다. 특히 결핵은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전염병이다. 이로 인해 남한에서도 최근까지 북한 결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주어진 정보가 적다보니 상황 분석에도 다양한 해석이 발생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과거에 북한을 방문해서 북한결핵관리프로그램을 경험한 이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대세처럼 굳어져왔다. 최근에 북한결핵관리프로그램이 글로벌 펀드(Global Fund)의 재정적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체계적인 기술지원을 받으면서 국제적으로 북한결핵에 대한 보고서들이 늘고 있다. 또한 갓 입국한 북한이탈주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북한결핵관리시스템을 분석하는 연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 과거 북한 결핵에 대해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던 주장들이 실제로 타당한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결핵 현황이 어떠한지, 어떻게 관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지, 취약한 부분이 무엇이지 명확히 알아야 우리의 지원 방안이 올바른 방향을 찾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던 북한 결핵에 대한 몇 가지 주장을 소개하고 이러한 주장이 실제로 근거가 있는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북한은 추정치보다 다제내성결핵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서 북한 내에서 결핵환자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장마당에서 결핵약제를 구입하는 바람에 약제 가지 수와 치료 기간이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실제 북한 내에서 장마당을 이용한 결핵약제 구입이 만연되어 있음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마당의 활성화가 실제로 다제내성결핵의 증가로 이어지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구소련연방 국가들이 급속한 개방화 이후 사회시스템이 붕괴되면서 현재 다제내성결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왔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다제내성결핵은 신환자의 2.2%, 재치료환자의 16%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남한에서 신환자의 2.7%, 재치료환자의 14%가 다제내성결핵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슷하고 세계 평균치인 신환자의 3.5%, 재치료환자의 20.5%와 비교할 때 오히려 좀 더 나은 편이다. 다만 이제까지 이러한 추정치를 증명할 근거가 없었기에 국내에서는 이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도입된 Xpert MTB/RIF를 통해 시행한 소규모의 약제내성률 조사에서 리팜핀 내성결핵이 신환자의 2.2%, 재치료환자의 16.3%로 나타났다. 보통 리팜핀 내성결핵의 90% 정도가 다제내성결핵인 것을 고려한다면 실제 다제내성결핵 수준은 추정치보다 다소 낮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전국 단위의 체계적인 약제내성률 조사를 통해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기존의 세계보건기구 추정치에 근접할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의 비율이 예상보다 낮다고 해서 다제내성결핵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3년 북한에서 신고된 결핵환자 중에서 3,900명이 다제내성결핵으로 추정되었는데 실제 다제내성결핵 혹은 리팜핀내성결핵으로 진단된 환자는 244명이었고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그 중 170명이었다. 이는 여전히 북한 내에서 다제내성결핵을 진단하고 치료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결핵표준검사실을 건립하여 배양 및 약제감수성검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조차도 일관된 수준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다제내성결핵치료 역시 유진벨재단같은 민간지원단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2012년에야 비로소 국가프로그램 내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요컨대 북한의 다제내성결핵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다제내성결핵관리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은 결핵진단시설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이들의 경험에 주로 기초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과거에는 맞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과거에 북한은 결핵 진단을 객담검사 없이 엑스선을 통해서 단독으로 진행한 경우가 많았고 도말현미경검사가 도입된 이후에도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더 이상 유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에서 도말현미경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검사실 수는 2013년 기준으로 336개이다. 2010년 28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3년 동안 많은 증가가 있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인구 10만 명 당 1개 이상의 도말현미경검사시설을 갖출 것을 권고하는데, 북한의 경우 비율로 따지면 인구 10만 명 당 1.3개의 도말현미경검사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를 충족시킨다. 또한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3년 외부정도관리에서 91%의 검사실이 만족할 만한 도말현미경검사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결핵진단시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북한에서 결핵관리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세계보건기구 동남아시아지역사무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지역의 광학현미경은 낡았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엑스선 기계가 남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필름이나 디지털 방식이 아닌 투시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영상을 판독한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촬영 시에 많은 방사선이 나오고 영상이 사진으로 남지 않아서 전후 사진 비교를 판독자의 기억이나 그림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모니터링 팀에서도 기존의 투시방식을 필름이나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요컨대 북한의 결핵진단시설은 절대적인 숫자에서는 부족하지 않지만 이를 유지 및 보수할 여력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은 결핵치료약제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서 장마당을 통한 결핵약제 구입이 만연되어있는 것을 들고 있다. 사실 이 주장 역시 과거에는 어느 정도는 맞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결핵연구원에서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터뷰 결과를 보면 북한에서의 결핵 치료 경험자 중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은 자는 28%에 불과하며 장마당을 통해 약제를 구입해서 치료한 경우는 33%나 되었다. 다만 이들의 치료 시기나 모두 다르고 대부분은 2010년 이전에 치료받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글로벌 펀드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2010년 이후부터는 약제의 공급은 원활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작년에 북한을 방문한 모니터링 팀 역시 약제의 공급과 관리에 있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 남한에 입국한 탈북의사의 증언에 따르면 전염성이 높은 도말양성결핵 환자에 대해서는 인민병원을 통해 충분히 약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할 때 약제공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탈북의사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전염성이 약한 도말음성결핵 환자는 국가에서 제대로 약물치료를 해주지 않아 장마당을 통해서 약물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상황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2010년에 북한에서 제작된 <호담당의사 재교육 강습제강>에서 ‘도말양성결핵환자들의 적발과 치료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대책이다’라고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가적으로 전염성이 높은 도말양성결핵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도말음성결핵이 상대적으로 도말양성결핵에 비해 전염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전염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말음성결핵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결핵 발생률을 빠르게 줄이기는 용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요컨대 북한에서 결핵치료약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도말음성결핵환자는 적극적인 치료가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이들의 경험이나 추측에 기초한 주장들은 현재의 상황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과거의 주장에 기초한 지원방안은 현재의 북한에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는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북한의 결핵 현황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의 모색이 절실하다 하겠다.

 

이 글은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뉴스레터에 실린 글로 해당 기관의 동의를 얻어 여기에 올립니다.

오경현  candler@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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