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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핵조직은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가?

피폭70년과 전쟁법안 반대를 계기로 반정부 연대운동을 모색중 박찬호l승인2015.08.10l수정2015.09.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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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반핵조직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예전 일본 사회당 계열의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약칭 겐스이킨)과 다른 하나는 일본 공산당 계열의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약칭 겐스이쿄)입니다. 최근 필자의 번역으로 건강미디어에서 발간한 히다슌타로 선생의 [생명을 살리는 반핵]에서는 두 단체가 분열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1954년 참치어선 [제5후쿠류마루호] 승무원이 미국의 수폭실험으로 피폭한 비키니사건을 계기로 다음해 제1회 원수금세계대회가 열렸지만, 구소련의 핵실험을 인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분열합니다. 즉 공산당계열의 겐스이쿄는 당시 소련의 입장을 따라 지하핵실험은 제외한 핵실험 반대를 주장하고, 원전 문제에 대해선 입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회당 계열의 겐스이킨은 원전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어떠한 국가의 핵실험도 반대”하는 입장을 채택하였습니다. 당시 일본 내부의 반핵운동 사정을 잘 모르는 우리들로서는 반핵운동 분열이 필연적이었는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수 있는 자세한 형편을 모르지만, 이후로 대립이 심해지면서 65년에 겐스이쿄와 겐스이킨으로 분열되고 원수금세계대회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별도로 열리고 있습니다. 이후에 상호간에 이런 저런 제안이 오고갔습니다만, 일본 내부의 복잡한 상황 등이 좀처럼 두 조직의 통일을 힘들게 해 왔습니다. 이런 사정은 피폭 70년이 된 올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8월 4일의 히로시마에서도 겐스이쿄의 대회가 끝나면 바쁘게 간판 등이 한쪽으로 치워지고, 같은 대회장에서 수십 분 후에 겐스이킨의 대회가 시작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똑같이 반핵을 주장하는 두 단체가 각각 대회를 달리 하는 것은 두 단체의 밖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러나 최근 두 단체의 차이는 작고, 함께 핵무기폐지나 피폭자지원을 최대의 목적으로 해야 하나는 여론이 많이 나타났고, 또 예전에는 겐스이킨만이 내걸었던 [반원전]을 최근 겐스이쿄도 결의 등으로 포함하였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두 단체의 대회에서 전쟁법안을 비판하고, 폐지를 위해 투쟁한다는 문서를 채택하여 아베정권을 향한 대결자세는 두 단체 모두 선명했습니다.

▲ 8월4일 겐스이쿄가 주최한 세계대회에서 박수치는 참석자들

일본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8월 4일, 히로시마시에서 개최한 겐스이쿄의 대회 단상에 모리다키 하루코(森滝春子, 76세)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모리다키씨는 겐스이킨의 대표적인 간부입니다. 모리다키씨는“인류와 핵은 공존할 수 없다.”는 반핵운동의 이념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자신의 피폭체험 등을 설명하고 피폭 70년이 된 지금 다시 한 번 반핵운동의 중요성을 호소하였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공산당계열이었지만,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모리다키씨의 아버지는 히로시마에서 반핵운동을 했으며, 겐스이킨 의장을 지낸 고 이치로(市郎)씨입니다. 겐스이킨에서 상징적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의 딸인 모리다키씨는 지금까지 겐스이쿄의 대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겐스이쿄측의 지인으로부터 “인사말을 해주지 않겠는가?” 의견을 묻는 전갈이 와서 “솔직히 나가고 싶었다. 막강한 현 정권과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통일을 위해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차원에서 결단했다고 말했습니다.

▲ 8월9일 오전 열린 겐스이킨의 나가사키 대회

일본 공동통신 등의 보도에 의하면 겐스이쿄의 대회운영위원회 노구치 쿠니카주(野口邦和)공동대표는 “누구보다 두 단체의 분열을 바라는 것은 아베정권이다. 의견의 차이를 넘어 운동의 통일이라는 길을 모색하자”면서 겐스이킨에 연대를 제안하였습니다. 겐스이킨의 후지모토 야쓰나리(藤本泰成)사무국장도 “공통의 과제를 정리하여 함께하는 것은 좋다”고 말하고, 공동투쟁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조직통일 차원의 달성은 “분열당시의 경과를 아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적어도 지금까지 운동을 총괄할 수 없는 한 어려울 것이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지금껏 분열되어온 두 조직의 통일은 아마도 세계 반핵운동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일본의 많은 사람들도 피폭된지 70년이면 이제 기회가 무르익은 것이 아닌가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단체가 연대하고 나아가 조직을 통일하는 그 날을 기대해 봅니다. 

박찬호  bluepol6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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