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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개돌이 공부방’을 소개합니다.

대구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의 공부방 건강미디어l승인2015.08.10l수정2015.09.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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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개돌이 공부방’을 소개합니다.

                                        김동은(의사,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발개돌이'란 북녘에서 쓰는 말로 ‘개구쟁이’라는 뜻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들이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공부방의 이름이다. ‘발개돌이 공부방’은 대구에서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많이 모여 살고 있는 달서구 상인동 끝자락의 연립주택 한 층을 고쳐서 만들었다. 오후 3~4시가 되면 이 공부방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그리 멀지 않은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저학년󰡐발개돌이󰡑들부터 하나 둘 공부방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책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기다리고 있던 공부방 선생님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이 수다는 간식을 먹기 시작해야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발개돌이 공부방’은 북녘을 떠나 대구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을 도와 온 사단법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감’과 ‘북한이주민지원센터’가 중심이 되어 2011년 처음 문을 열었다.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과 양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고민을 다소나마 덜어드리고, 다음 세대의 새로운 주역이 되어야 할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는 초등학생 10~15명이 방과 후부터 부모님이 일터에서 돌아오는 저녁 8시경까지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다. 상근하는 한 분의 선생님과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수많은 선생님들의 수고로 ‘발개돌이 공부방’은 현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학교 공부에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국어, 수학 등 학교에서 배운 과목을 먼저 복습시키고 있다. 그 외에도 독서 토론 수업, 과학 탐구 수업 등을 전문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한다. 또한 자원봉사해주시는 원어민 선생님의 도움으로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영어회화 공부도 즐겁게 하고 있다. 예체능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오카리나 선생님을 모셔서 배우고 지역의 ‘통일음악회’에 나가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아울러 남녘으로 오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가 있었던 ‘발개돌이’들을 위해 심리상담 및 심리 치료를 받을 기회를 갖고 있으며 ‘미술치료’ 등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더욱 증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역시 체육수업이다. 선생님들과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내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역시 ‘발개돌이 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야구를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야구장을 찾거나 영화관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 오면 1박 2일의 일정으로 경주나 문경새재 등 우리의 문화유산을 찾아 캠핑을 떠난다.

필자는 ‘발개돌이 공부방’에서 ‘운영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곰돌이 선생님’으로 통한다. 아이들 눈에는 곰처럼 덩치가 크고(?), 행동이 느릿느릿한 선생님으로 비쳐지는 모양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영어 문법, 글쓰기, 논술 등의 과목을 맡아서 지도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주로 학교 시험이 임박해 시험공부를 봐주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벼락치기’를 전공(?)했더니 공부방에서도 벼락치기 전담 선생이 된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 반에서 1~2등을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북한이탈주민 자녀들도 열심히 하면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내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들을 수년째 만나오며 그런 욕심을 버리게 되었다. ‘발개돌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선생님은 ‘국영수’ 과목을 머릿속에 잘 주입해주는 분이 아니라 자주 공부방에 찾아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아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부방 입구에는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적혀진 카드가 붙어 있다. ‘축구선수’, ‘디자이너’, ‘학교 선생님’ 등 다양하지만 절대로 필자가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님에도 절반 이상 ‘발개돌이’의 꿈이 ‘의사선생님’이다. 이유 없이 좋으면서도 내심 매우 부담스럽기도 하다. (^^) 그래서 해마다 5월이면 열리는 의과대학 축제에 아이들을 초대한다. 해부학 교실에 가서 인체 모형도 만져보고, 공부방에 자원봉사 오는 의대생 형, 언니들 손을 잡고 의과대학 곳곳을 구경하며 소중한 꿈을 키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면 의과대학 구경 후 가졌던 중국집에서의 ‘짜장면 파티’였다고 말한다.

최근 들어 공부방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원본부에서도 연변 ‘꿈 터’를 운영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듯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예산문제다. 이렇게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는데도 연간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그동안 통일부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등 여러 단체에서 지원을 해주셨고, 개인적으로 후원해주시는 시민들이 있었기에 운영할 수 있었다. 특히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구시 달서구 의사회 등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 역시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가끔 공부방 운영위원회에서 ‘발개돌이’를 공부방에 맡기고 일터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만나면 늘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이를 혼자 집에 두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 공부방에서 밥도 챙겨주고, 공부도 봐주니 마음을 놓고 일할 수 있다고 하신다. 그런 말씀을 들으면 오히려 좀 더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울러 이제는 중학교로 진학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는데 공부방에서 여러 사정으로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해 미안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로 광복 분단 70년이다. ‘통일 대박’이라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슬로건만 내걸어 놓고 실제로는 ‘화해와 협력’을 위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현 정부를 바라볼 때 앞으로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워 보여 안타깝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빛은 밝게 다가온다. 이렇게 힘든 암흑과 같은 시기일수록 오랜 세월 북녘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지원본부가 밝혀 온 작은 희망의 불씨는 더욱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시기 지원본부를 위해 수고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대구의 한구석에 있는 작은 공부방이지만 ‘발개돌이 공부방’도 그런 작은 희망의 빛이 되기를 소망한다. 학부모인 북한 이탈주민들이 마음 놓고 일하며 이 땅에 정착할 수 있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여기서 함께 뛰어놀았던 우리 ‘발개돌이’들이 언젠가는 맞이할 통일 시대에 틀림없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 꿈에도 소원은 통일 ~ 이 정성 다해~~’

아이들과 함께 함께 열심히 준비해서 섰던 대구의󰡐통일음악회󰡑무대에서 나는 여기까지 밖에 부르지 못했다. 갑자기 목이 메고 눈시울이 붉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씩씩한 ‘발개돌이’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통일이여오라~’라고 끝까지 불렀다. 아이들에게 고마워 또 눈물이 났다. 그런데 노래를 마치고 눈을 들어 보니 관객석의 많은 분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광복 분단 70년, 우리에게 ‘통일’은 그런 것이 아닐까?

이 글은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소식지에 실렸던 글로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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