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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이들의 눈물이라도 닦아주고 싶습니다"

스타케미컬 고공농성자 차광호씨 주치의 건강미디어l승인2015.08.06l수정2015.09.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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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이들의 눈물이라도 닦아주고 싶습니다"

노 태맹 (대구경북 인의협 노동인권위원장)

요즘 일상적으로 듣는 비정규직과 소득 양극화는 올바르게 이야기하자면 대량 실업의 경향화와 궁핍화일 것입니다. 이윤율이 점점 하락하는 산업 자본은 과잉 자본을 금융에 투자하면서 노동 인구는 과잉되고, 이로 인한 대량 실업과 궁핍화는 과거의 자본에 의한 노동의 포섭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노동의 배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동권이라는 말은 이미 먼 나라 말이 되었습니다. 청년 실업이나 궁핍화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현 자본주의 구조의 문제이므로 이러한 양상은 더욱 더 확대 재생산될 것입니다. 궁핍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을 배제하고, 노동에서 배제된 이들에 의한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간의) 야만의 시대가 준비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08일을 굴뚝에 올랐던 차광호씨의 스타 케미칼도 결론적으로 현 시대 자본의 논리에서 촉발된 문제일 것입니다. 더 많은 차광호의 공장이 나타날 것이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어 높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손배 가압류라는 노동권 없는 (전)근대 자유주의적 소유권 주장은 노동자들을 절망 속에 빠지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윤율 하락이라는 이념적 지도와 금융 자본주의라는 엔진을 장착한 신자유주의는 레토릭도 아니고 패션도 아니고 논리의 추임새도 아닙니다. 가혹한 현실입니다. 미셸 푸코의 말을 빌리자면 과거의 사회가 죽게 만들고 살게 내버려두는 사회라면, 지금의 사회는 (겨우)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두는 사회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직 정책으로서 만의 복지 국가론이나 사회 임금론은 불가능이거나 이데올로기 일 따름일 것입니다.

408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온 차광호 씨가 곧바로 경찰서 유치장으로 끌려간 뒤 저는 많은 인의협 회원들이 그것의 부당함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굴뚝의 408일 동안 10차례 그곳에 올라갔지만 그것은 개인 자격이 아니라 인의협 회원 자격이었습니다. 저희 대경인의협 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의협 회원님들을 대신해서 올라갔기 때문에 저는 늘 든든했습니다. 차광호씨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제가 있는 병원으로 왔을 때 저는 정말로 내가 인의협 회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했습니다.

한진 크레인의 김진숙 씨 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피 흘리고 아파할 때 인의협은 늘 그곳에 올라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노동자들의 대량 실업과 궁핍화는 더 넓게 진행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이것 말고 제도적인 문제 등, 더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픈 이웃들과 함께 한다는 인의협의 정신은 더 빛을 발할 것이고 더 많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서로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인의협을 저는 기대합니다.

 

이 글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뉴스레터에 실린 글로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여기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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