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23.1.15 일 16:52

섬 의료사업 이야기들의 마무리

인의협 대우재단 삼도의료사업 (10) 박태훈l승인2015.06.18l수정2015.09.2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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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료사업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며

 

  타인의 경험이란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에게서만 올바로 이해되고 공감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의 섬의료사업의 경험이란 다소 생소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의 경험적 공감 영역에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필자의 경험이 그렇게 깊고 감동적인 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일반적인 공감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고, 글로 기록될만한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필자의 경험담은 인의협 섬의료사업의 실무를 일부 맡았던 회원의 개인적 보고서로서 필자가 오래전부터 했어야 할 숙제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종합적 보고서와 평가물, 동료들의 경험담은 후일을 기약한다.

▲ 진도대우의원 시절

   이러한 동기와 기회를 주셔서, 서툰 글이라도 쓰게 한 건강미디어와 백재중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하지만 일단 이글을 마지막으로 개인적 경험담을 정리하기로 한다. 따라서 이글은 재미도 없는 글이면서도 유난히 분량이 많아 많은 분들이 보기가 쉽지 않지만, 다음 글은 섬에서 경험하거나 들은 풍토병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 등이다.

 

1. 섬의 풍토병과 전염병 이야기

  섬이 가지는 보건의 특수한 환경은 그 격절성과 그 안의 공동체적 문화로 나타나고, 섬의 의료사업은 무엇보다도 섬의 풍토병과 전염성 질환에 대한 대응과 치료에서 그 중요성이 나타난다. 섬의 특성상 풍토적으로 기생충 질환 및 식중독과 이질 같은 역학적으로 지역적인(endemic) 질병이 잘 나타난다.

  섬 주민들은 특히 어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낙도에는 모든 생선을 날로 먹는 습관이 많다. 일반적인 생선 뿐만 아니라 새우 등 모든 바다의 해산물을 날로 먹는 것을 본적이 있다. 내시경 진단을 많이 했던 신안대우의원 이충열 선생님의 경험으로는 회를 먹은 후 수시간 뒤 심한 위통 복통을 일으켜서 오는 경우 응급 내시경을 하면 아니사키스 기생충을 발견하고 조직검사 겸자로 적출한 사례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

  수십년 전의 오래된 전설과 같은 얘기지만 섬은 생식습관이 많고 식수가 오염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콜레라 이질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많았다. 마을 주민의 얘기로는 당시에는 콜레라에 걸리면 심한 설사로 인한 탈수 탈진으로 절반은 죽고 절반은 살았다고 하는데, 그 분은 당시에 섬에 유일하게 설사 환자를 살리는 식물이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더 물어보니 오래 전에는 섬에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했고, 병원에도 갈수가 없어 콜레라가 유행하면 마을사람이 수도 없이 죽어갔는데, 어떤 사람은(필자의 생각으로는 자신의 경험처럼 들렸다) 양귀비 진액을 구해 오랫동안 물에 넣고 끓여 주사기에 넣고 주사를 맞으면 복통이 없어지고 설사가 많이 잦아든다고 한다. 그리고 탈수 문제는 우물가에 가서 물을 많이 마셨는데 이로 인해 탈수가 나아져 살아났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양귀비 재배는 법으로 철저히 금지되어 전혀 볼 수는 없다.

  섬에서는 다수의 주민들이 과음 후 숙취 해소로 복어국을 많이 먹는다.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청산가리보다 위험한 복어독이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복어국을 좋아한다. 복어독은 신경독으로 전신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특히 심장 전도 장애(방실블록) 유발 및 호흡근이 마비되어 죽게 된다. 필자도 진도 조도에 있을 대, 지역주민이 저녁 식사를 초청하였는데 메뉴는 복어죽이라는 것이다. 사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분이 복어 요리에 전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몸이 피곤하여 피로회복에 좋다는 말에 약간 기대를 하고 갔다. 주민은 상당히 많은 복어를 요리하였고 의원 공실장과 몇사람이 나누어 먹었다. 복어는 사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였고 비린내가 안나고 담백하여 두어 그릇을 비웠던 것 같다. 그런데 다소 피로하여 바로 집에 가서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거의 10시간 이상을 세상 모르고 잤다. 아마 소량의 복어독의 영향으로 근육 등의 이완되면서 깊은 잠을 자게 된 것 같다. 결국 복어 요리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요리하는 경우에는 위험하다고 본다.

  섬에서 가장 흔하고 위험한 질병은 설사이다. 완도대우병원 시절에 보길도 옆 당사도에서 완도대우병원에 연락이 왔는데 지역주민 절반 이상이 원인모를 설사병에 시달렸지만 바람으로 주의보가 내려 섬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 순회진료를 맡은 필자도 주의보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점이다. 즉각 완도의료원에 이런 사실을 말하고, 주의보가 풀려 보길도 깻돌해변에서 완도의료원 역학조시팀을 만나 함께 지역주민이 제공한 고무보트를 타고 격랑을 헤쳐 나가게 되었다. 주의보가 풀린 직후 바다는 높은 파랑이 이는데, 고무보트에 바다 포말에 옷과 물품 박스가 젖을 정도였다.

  당사도에 도착하니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절반 이상의 환자가 회복되었고, 신환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완도의료원의 환자 검체물 검사와, 완도대우병원에서는 무료진료가 이루어졌다. 원인은 인구수가 적은 마을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문화에서 비롯된 일종의 집단 식중독 현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도대우의원에서 외래 진료시 마을에서 열을 동반한 특징적인 설사 환자가 첫날 두 세명 이상 발생하였고, 환자 모두 마을의 잔치집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은 뒤 발생하여, 식중독 혹은 전염성 장질환(이질)을 의심하고, 진도군 보건소에 바로 연락하여, 환자를 그날 격리 입원시키고, 검체를 받아 조사를 하게 되었다. 진도군 보건소에서 나온 결과는 제1군 법정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로 판명 되었다. 환자가 발견되는 데로 진도대우의원의 거의 모든 입원실을 동원하여 입원시키고, 면사무소에서는 환자 위생교육을 하였다. 다행히 조도면에서 외부로 전파되지 않았고, 진도대우병원에서 증상이 있는 거의 모든 환자를 격리하였기 때문에 최초 환자 발생이후 2차 감염 없이 전염병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 거의 한달간 병원 직원과 의원은 엄청난 간장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진도대우의원 입장에서는 타질환 환자는 입원시킬 수 없었고, 법정 전염병이라서 보험청구할 수도 없었으며, 보건소에서 지원한 것은 한 사람당 5일간의 씨프로플록사신 약물 뿐이었고, 사실은 약을 5일간 먹어도 설사를 지속하는 환자가 있어, 몇몇 환자는 추가 약이 필요했었는데, 보험 청구할 수 없으니 진도대우의원에서 약물과 링거액 주사 등을 무료 공급을 하게 되었다. 환자를 무료로 장기간 입원시켰지만 정작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은 5일분의 약(항생제)과 식비지원 정도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겠지만 공공과 민간이 잘 협력하기에는 전염병에 대한 보건 정책에 맹점이 많이 있었다고 보았다. 민간병원의 공익의료를 지향하는 삼도의료사업의 입장에서는 보건정책의 문제와  지자체의 무관심함에 여러 가지로 참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요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전파 실태를 지켜보면서 진도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메르스의 문제는 의사들도 메르스에 대해 무지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지역사회 병의원이 의심나는 환자를 바로 발견할 수 있도록 각 병의원에 국제적 혹은 지역적으로 전파의 우려가 있는 질병에 대해 한발 앞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메르스는 2012년 중동에서 최초 발견한 전염성 질환으로서 보건 당국과 호흡기 감염병 전문의는 질병정보를 가지고 있었겠지만 일반의사는 생소한 질병이었다.

  판데믹 위험성이 적은 질환이라도, 국제적 파급이 가능한 질환에 대해서는, 1차 2차 전파가 된 후 의사가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서만 알기 전에, 에볼라 등 일부 전염성 중증호흡기 질환 등의 역학 정보는 각 병의원에 정기적으로 미리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치명적 전염성 질환의 엔데믹 유행지역에서 온 여행객에 대한 공항 출입국 센터에서 자각증상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과 격리 검사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메르스의 특성상 증상이 하기도감염이 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응급실의 전염병 관리를 철저하게 하기 위한 응급실 보건수칙을 만들고 시행하게 하고, 의료인을 철저히 보호할 수 있는 장비 수급이 필요하며, 이로 인한 적자 요인이 되는 응급실 운영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보건 방역당국에서 이렇게 빨리 전파될 줄 몰랐다 할지라도, 사실을 확인한 이후부터는 즉각 새로운 보건 수칙과 대비책을 만들어 특히 병의원에서 적용해서 2차 3차 감염을 막아야 한다.

  진도의 경험을 떠올릴 때, 거의 한 달간 민간의원 입원실 전체를 이질 환자를 위한 격리병동으로 사용해야 했던 때를 교훈을 삼아보면, 민간병원에 무작정 경제적 부담과 피해를 떠넘기려하지 말고 정부차원에서 전염병 확산을 대비한 전염병 관리를 위한 지역별 공공의료의 확충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고, 민간 공공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격려와 가능한 공익적 기능을 하는 민간의료 지원책이 속속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 섬에서 섬을 본다

  업무를 마치고 조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돈대봉에 오른다. 소나무 숲과 왕벚나무가 간간히 섞여 있는 작은 오솔길 숲을 지나 음습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뱀들을 피해 산에 오른다. 해는 기울어 사람들의 마을에는 땅거미 진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땀을 식히면, 바다는 송어떼의  비늘처럼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바위위에 얼굴을 기대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 예나 지금이나 너무 아름다워 슬퍼진다.

  

붉은 노을을 따라가는

흰 배는 홀로 하염없어 말이 없구나

오늘이 끝이 아니라도 이 하얀 마음

모를 이 설움이 

석양에 재가 되도록

........................................(2002.)

▲ 진도 팽목항에서 조도를 바라본 상상도이다. 멀리 맹골도도 상상

  조도 돈대봉에 서서 바라 보았던 곳이 대마도를 지나 서거차도 동거차도 건너편에 맹골도가 그야말로 뼈대처럼 하얗게 솟아있다. 1년전 세월호가 맹골수로를 지나 표류하다가 조도 군도 쪽으로 방향을 틀며 침몰한 그 수로이다. 304명의 사망실종의 충격으로 돈대봉에서의 석양을 떠오를 때마다. 세월호는 생각이 날 것이다. 그네들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를 안타까워하면서 그렇게 세월호는 내 가슴으로 늘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섬에서 섬을 보면 아름다운 노을 속 그 사이에는 늘 힘들고 아프고 슬픈 세상이 자리하고 있다.

 

 

 

박태훈  saenalp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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