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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없는 나라, 이탈리아

협동조합 영화 "위캔두댓" 백재중l승인2014.12.19l수정2015.04.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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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과 더불어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리게 되면서 유명해진 영화가 있다. ‘위캔두댓’이라는 영화이다. 협동조합에 대해 어떤 다른 것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로 소개되었다. 협동조합에 관심이 사람들이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였다. 수많은 협동조합 책이나 강연보다 협동조합이 무언인지에 대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주인공 넬로가 열정적으로 노동조합에서 일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너무 좌파적이라고 공격당하고, 노조에서는 너무 시장주의적이라고 비난을 받는다. 그러다 ‘안티카 협동조합 180’으로 파견을 가게 된다. 이 협동조합은 정신질환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1978년 시행된 새로운 정신보건법인 ‘바살리아법(law 180)’에 의해 정신병원을 퇴원한 후 자활을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정신질환자들이 좌충우돌하면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울리오 만프레도니아 감독의 이 영화는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주인공이므로 배우를 선정하는데 많은 공을 기울여 쟁쟁한 실력파 배우들이 실감나는 연기를 맡아 안정된 연기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탈리아에 국내에서는 메이저 영화가 아님에도, 40만 명이상의 사람들이 관람하고 54주간 상영을 이어갈 만큼 잔잔한 인기를 얻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협동조합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보고 이를 알리기 위해 소개된 영화이다. 그러나 단순한 협동조합 영화가 아니라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이끌어나가는 정신질환자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로 ‘정신질환자들의 영화’인 것이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을 이루는 1980년대 이탈리아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영화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하는지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978년 이탈리아는 정식과 의사 프랑코 바살리아(Franco Basaglia, 1924-1980)의 이름을 딴 바살리아법을 제정하고 세계 최초로 정신병원 폐기법을 통과시키게 된다. 이 법에 따라 전국의 정신병원이 점차적으로 문을 닫게 되는데 1999년에는 죄수를 위한 병원을 제외한 모든 정신병원이 폐쇄된다. 이 법의 제정으로 정신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이 곳에서 무기력하게 생활하던 정신질환자들은 다른 요양시설로 옮기거나 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 사회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회로 나온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고용대책들이 제시되었고 그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협동조합들이 정신질환자들을 고용하거나 아예 정신질환들이 직접 운영하는 협동조합들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영화 위캔두댓에 나오는 협동조합의 실제 모델은 이탈리아 북부지역에 있는 ‘논첼로(noncello) 협동조합’이다. 이 협동조합은 바살리아법으로 문을 닫게 된 포르데노네 주의 정신병원에서 나온 의사 3명과 환자 6명이 시작하였는데 현재는 약 600여 명의 조합원과 연매출 100억 리라(약 60억 원)의 규모로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

▲ 논첼로협동조합 건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조합원의 30-40%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며 이외에도 바깥 노동이 허용된 재소자, 금치산자, 알콜 및 마약중독자, 매춘에서 탈출한 여성 등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폐가전제품의 수거, 원예, 목공, 가구수리, 도예 등이다. 6명이 혼합팀을 만들어 팀별로 협력하여 업무를 본다고 한다. 현재 논첼로 협동조합은 정신질환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성공한 협동조합이 되었다.

이탈리아에는 이외에도 정신질환자들이 참여하여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 수없이 많다. 이들과 같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은 197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하여 80년대를 거치면서 수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하였고 이탈리아 정부는 1991년 사회적협동조합법을 제정하여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백재중  jjbaik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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