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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의료사업을 위하여

인의협 대우재단 삼도의료사업의 경험 (9) 박태훈l승인2015.06.02l수정2018.09.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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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의료사업을 위하여

(운영자립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는 의료사업)

 

1.

  필자는 업무상 신안대우병원을 가끔 방문했다. 인의협 섬의료사업을 처음 기획하고 시작했던 이충열 선생님 부부는 섬의료사업 기간 고단했지만 늘 행복해 보였다. 신안 비금도에 가족을 모두 데려와서 살았는데, 귀염둥이 딸과 아들 셋, 4명이 신안대우병원 운동장을 희망의 빛과 행복의 빛으로 가득 채운다.

  이충열 선생님은 어떻게 저렇게 섬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섬에 있으면서도 꾸준히 의료의 새로운 지견과 의학 지식과 술기를 익혀나갔다. 신안대우의원을 운영하면서 의학적인 견지에서 낙도의 일차의료 세팅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찾아내고, 연구하고 실천하였다. 특히 낙도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도입하고 확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제도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의원 안에서 심근경색과 같은 응급 심질환에 대한 조기 발견과 응급치료와 후송 대책, 심한 출혈과 호흡 장애를 동반한 심한 외상 사고의 대책과 응급 수혈 방법 등을 연구했다.

  사실 이충열 선생님은 지금도 제주에서 개업을 하면서, 향후 낙도지역의 공익 의료의 셋팅의 완성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감탄하고 만다.

▲ 신안대우의원 이충열 선생님 진료실

2.

  필자가 처음 완도대우병원에 갔을 당시는 완도대우병원은 최해관 원장님을 중심으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최해관 원장님은 외과 전문의로서 되신 후 줄곧 20년 이상을 무주대우병원 등 대우재단에서 20년간 이상 오지지역의 의료소외지역에서 진료를 하신 분으로서, 성실한 병원진료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개인 장학사업 등을 하여, 완도대우병원 직원들의 존경심이 깊었다. 이를 통해 병원과 직원 관리가 조화롭게 되고 있어 필자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아, 원장이 부재한 진도 조도에 가게된 것이다.2.

  그런데 최해관 원장님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을 청하여, 완도대우병원 원장을 맡을 새로운 선생님을 모셔야 했다. 낙도에 급여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의사선생님을 모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인의협 회원 중에도 추가 지원자가 없었다. 필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전국적인 모집공고를 냈고, 최해관 원장님이 퇴임하기 직전, 나이가 드신 외과 전문의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진도대우의원이 빨리 정리가 되었으면 필자가 노화도에 가는 것이 맞았으나, 진도 조도에서도 할 일이 많았고, 진도군과의 대화가 꾸준히 요구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진도대우의원에서 유종의 미를 보이려면, 진도대우의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진도대우의원이 폐쇄될 무렵은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고, 여러 가지 치료받아야 할 질병으로 힘들었다.

  다시 서울에 올라와 아주 단순한 형태의 개업을 하게 되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지병과 함께 매일 출혈을 동반한 심각한 상태에 있는 다발성 치질과 몇개의 치열과 심한 염증이 동반된 고질적 항문병은 인의협 회원이며 광주지회 회장이었던 서인근 선생님이 수술을 하고 1-2개월간 약물치료 해주었는데, 2개월 후에는 외과적 수술이라는 드라마틱한 효과에 감동하였다.

▲ 완도대우병원 최해관 선생님 진료실

3.

  서울 당고개에서 예전보다 규모를 대폭 줄여 재개업을 하게 되었는데, 완도대우병원의 직원의 청와대 진정서 문제로 인의협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문건을 보니 청와대에 진정을 하였는데, 완도대우병원 원장이 진료시간에 채소 가꾸기를 하고, 야간에 응급실에 온 환자를 되돌려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2-3일간 의원을 휴진을 하고 노화도에 내려가서 원장님과 진정서를 낸 직원을 면담했다.

  내용은 원장님이 진료시간에 가끔 짬을 내서 채소 가꾸기를 하는 것은 맞으나, 직원들에게 무농약 야채를 공급하고 싶었다는 동기였고, 진료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야간 응급실 문제는 극히 일부의 증상이 경미한 환자를 간략히 진찰하고, 진료비를 받지 않고 약을 주지 않고 다음날 외래로 오도록 유도했다는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의사 인력이 적은 관계로 의사들은 주야로 진료를 하게 되고, 피로가 누적되어 한사람의 의사가 더 필요한 상태였다. 간략한 설문 내용이지만 이 안에서 조그마한 문제점이라도 밝혀내야 하고 사업수정을 해야 한다.

  완도대우병원은 입원실이 30병상으로 병원급이어서 야간진료비가 비싸고 경미한 환자에게 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해명이었고, 진정서를 낸 당사자는 원장님에게 사과를 하고 원래의 본인의 계획에 따라 퇴직을 하고 섬을 떠나게 되었다.

  공익 병원 사업이란 결국 재단의 재원과 직원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공익의료사업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노동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당시에는 이런 생각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아래의 간략한 설문조사는 필자가 의료사업 직원들을 충분히 견인해 내지 못한 결과로 보고 반성한다.

직원의 의견

답변

비고

1. 처우 개선(급여 인상)

1

 

2. 연봉제 개선

6

 

3. 봉사정신 선별 채용

 

 

4. 직원 복지 강화

2

 

5. 직원 교류, 친목의 기회

5

 

6. 기타

2

시간외 수당, 위험 수당

7.성과급 제도에 대한 방식

2

 

19

 

 

 

  공익의료사업에서 직원의 진정서와 같은 문제는 의료사업을 하는 인의협과 대우재단에 누를 끼치게 되는 일이어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필자가 현지에서 직원 모두를 개별 면담을 하고 설문을 한 결과, 직원들의 의료사업에 대한 동참 의지는 있었으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실망도 하고 냉소적인 의견도 있었다. 특히 현행 급여 체계(연봉제 개선)와 복지에 대한 불만족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이미 현장을 떠났고, 대우재단과의 의료사업 협약기간도 거의 만료가 되어가는 시점이라 착잡한 심경이었다.

4.

  필자가 아쉽게 생각하고 반성하는 것은, 의료사업 병의원 직원들이 올바른 공익 의료사업의 가치를 공유하고, 임금이나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노동자적 위치에 대한 책임과 권리의식을 통해 의료사업의 하나의 주체로 일어설 수 있게 하는데 까지 발전하지 못한 채  의료사업이 조기에 종결되었다는 아쉬움이다.

  물론 이는 재정적 지원이 연차적으로 줄어들어야 하는 섬의료사업이라는 한계적 기업 상황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겠지만, 우선적인 목표로 재정적 자립을 우선시했었다는 점이 많은 중요한 가치들을 다소 후순위로 두었다는 점을 반성할 수 있다. 그 당시 생각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3년 후 자립을 전제로 사업을 하였다는 것은 상황을 너무 낙관한 결과가 아니지는 않는가 생각하고, 무엇보다도 의료사업의 공익적 의미를 중점으로 하는 국민건강과 노동자 권리 그리고 섬 오지 보건의료정책 모두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은 부족했었다고 판단하고 반성한다.

  물론 우리는 민간의 공익적 섬의료사업의 모델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그 포괄적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였다. 신안대우의원은 이충열 선생님은 사업 초기부터 직원들과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유도하였고, 노사가 힘을 합쳐 의료사업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고 배려하였다. 사실 이러한 직원의 자부심과 의료사업에의 협력이 신안대우의원의 재정의 조기 안정에도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완도대우병원에서 발생한 문제를 통해 필자는 사업의 어려움과 함께 완도대우병원의 정상화에 큰 도움이 못한 필자의 능력에 한계를 느꼈고, 또한 이러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건설과 견인을 통한 더욱 올바른 의료사업의 모델화라는 목표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의료사업이 종료되었던 점이 아쉽고 필자가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다.

  노동운동이나 노동조합의 중요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심으로 자본과 노동이 서로 견제하면서 어려울 때는 사회 공익적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고 서로 도우며 자본주의의 폐해와 모순을 완충하고 보완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적 가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의 권리를 특히 보장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 완도대우병원 직원 소풍(보길도 동백숲)

5.  

  섬의료사업과 같은 민간 공익의료사업에서 노동자가  근로조건을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과 더불어 국민 건강을 위해 일하는 섬의료사업의 중요한 주체로서 발전시켜나갈 수만 있었다면, 섬의료사업은 더욱 바람직한 의료사업의 모델화와 우리사회의 노동운동에도 깊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모든 일들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일이라는 자각을 통해 노동운동의 위치를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모범 사례였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모순을 견제할 수 있는 올바른 노동운동만이 인류의 행복과 번영의 가치와 목표를 올바르게 하고, 노동자는 당연히 이러한 민주적 가치의 중심 세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국민 건강이라는 목표를 함께 공유하고 올바로 섰을 때 모든 의료사업은 더욱 빛을 발하고, 참다운 인류 행복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박태훈  saenalp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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