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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하여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마크 로스코 Mark Rothko(1903-1970) 김현숙l승인2015.05.26l수정2015.06.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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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하여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 마크 로스코 Mark Rothko(1903-1970)

김 현 숙(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4월의 일요일 아침, 화창한 봄 향기를 넉넉한 예술의 전당에서 맡게 되어 상쾌하다. 봄의 끝자락 임에도 열, 기침,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아이들과 독감 바이러스 가득한 진료실에서 지쳐가고 있었다. 전환이 필요할 때 '마크 로스코'가 다가왔다.

한 장소에서 대가의 주요 그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것은 그 삶의 무게에 부담스럽긴 하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작품세계를 모색하는 시기에 그려진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부터 멀티폼(mulitiform) 작품들, 화려한 전성기 작품들, 예술가적 정신이 깃든 벽화들 그리고 자살로 인해 마지막 작이 된 ‘무제(레드)’까지.

▲ 무제(레드), 1970년

   벽면 가득 채워져 있는 물감들 속에서 그가 하려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어느 순간 나 홀로 색 덩어리들을 마주하였다. 형체 없이 부유 하는 색채들, 시리도록 시선을 끄는 색들 그리고 침잠하여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색채들. 그 색 덩어리들에 유혹되어 설레고, 날선 감정들이 자극되어 격해지며, 여리고 아픈 마음들이 포근히 위로 받으며, 깊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색의 관계나 형태, 그 밖의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 등을 표현 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대할 때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은, 내가 인간의 기본 감정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

▲ 무제, 1953년

진료실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해왔고, 하고 있으며, 해야 하나? 거물, 대가, 스승을 만나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반복되는 일들로 무뎌져가고 있는 감각을 죽비처럼 내려쳐 가장 아픈 곳을 자극한다. 사소한 걱정에서 벗어나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게 하고 삶을 관망할 여유를 주어 좋다.

“만일 한 사람이 만든 것이 그의 안목에서 완전히 그리고 심오하게 옳다면, 이 작품은 그 사람의 전체를 담고 있는 것이다.”-마크 로스코-

▲ 무제(시그램 벽화 스케치) 1959년

그의 작품처럼 내면의 깊은 울림을 경험하게하고 삶을 반추 하게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숱한 사유, 수많은 시도, 극한까지 몰아가는 힘, 단순화, 혼연일체가 된 그 사람의 삶 등등에서 건져지는 것이리라.

우리는 결정적이고 비극적이며 무시간적인 주제만이 타당하다고 단언한다.” -마크 로스코-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작품에는 어떠한 설명을 달아서도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관객의 정신을 마비시킬 뿐이다.” -마크 로스코-

▲ 로스코 채플 1964-1967

큰 발자취를 남긴 대가와의 만남은 비록 전문분야는 다르지만 진료실의 나에게 힘을 주고 좀 더 치열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의 만남이 소중하고 고맙다.

김현숙  mediahealth20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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