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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권하는 사회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 자살률 백재중l승인2014.12.19l수정2015.08.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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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 얘기이다. 대장암 수술 받은 적이 있는 분인데 아랫배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서 식사를 잘 못한다고 해서 입원을 했는데 검사 결과 암이 재발하지는 않았고 특이한 다른 병변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병원에 입원하고 며칠 있다가 좋아져서 집으로 퇴원했었다. 이후로도 비슷한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였고 입원 치료 받기도 하였다.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되지 않고 반복적인 양상을 보이고 집에 돌아가면 악화되는 소견을 보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도록 해 드렸다. 상담 결과 할머니는 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였고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어 집에만 가면 우울 증상이 더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자살에 대한 생각도 있다는 거였다. 이후 상담을 진행하면서 혼자 지내지 말고 모임에도 나가시라고 권유하면서 실제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고 이후 표정도 밝아지고 반복적으로 지속되던 위장 증상도 많이 호전되었다. 이 할머니도 닫힌 공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공간의 밀폐성이 심해지면 자살로 넘어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자살률이 높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노인 연령에 이르면 자살률이 감소하는데  우리 경우 노인 연령의 자살률은 어느 연령층보다 높다. 1990년대부터 노인층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이 연령대의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노령화에 대비하여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년기를 맞이하고 연금제도 등 사회적 지원 체계도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 그리고 혼자 사는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이로 인한 정서적 불안정에 의한 자살 증가도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자살률의 추이를 보고 있으면 우리사회가 궤도에서 탈선하여 폭주하는 기관차가 연상된다. 우리나라와 OECD 국가와의 자살률을 비교해 보자. 1997년을 경계로 그 이전에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평균보다 낮았으나 그 이후로는 OECD 평균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1997년은 후반기에 우리나라가 IMF 금융지원을 받는 경제위기가 시작된 해이다. 1998년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한 후 2000년경 약간 감소하다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서 그 추세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외환위기 다음해인 1998년 자살률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무엇 때문에 자살을 하게 되었는가? 1998년 우리사회는 IMF의 단골 메뉴인 구조조정프로그램의 격랑으로 휩쓸려 간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서게 된다. 실업의 여파는 전 사회에 퍼져 나가게 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자살률 상승과 밀접히 관련 있다.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젊은 남성에서 자살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점이 이를 반영하다.
 
격랑의 1998년이 지나고 새로운 사회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자살률도 감소하는 듯하다가 2000년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구조조정이 뿌려 놓은 사회변화는 일시적인 충격이상의 것이었다. 이런 추세는 지속되어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제 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이 자살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른 경우에도 관찰된다. 최근 2008년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후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20)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2008년 경제위기 후에 자살률 증가가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난다.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3.5명으로 평균 12.9 명인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사망 원인 통계에서도 보면 사망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여 최근에는 전체 연령에서 볼 때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10대 청소년기, 20-30대의 청년기 기간 동안 사망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는데 있다. 자살하는 절대 인구 수는 노인 연령층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은 젊은 층에서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재중  jjbai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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