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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섬, 돌아오는 섬

인의협 대우재단 삼도 의료사업의 경험 (8) 박태훈l승인2015.05.02l수정2015.05.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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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섬, 돌아오는 섬

  “이도(離島)”

  주민들이 섬을 떠난다.

 

  이는 섬사람의 자기모순이고, 슬픔의 시작이다. 섬은 아름답고 바다에 해산물이 풍부하거나 혹은 작으나마 농사지을 곳을 개척할 수 있었다. 섬사람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조도에도 선사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어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으나 본격적으로 사람이 섬에서 살게 된 것은 조선시대 중기 무렵 생계를 위한 이주와 가혹한 폭정과 세금을 피해 더욱 먼 섬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거나, 더러는 사형 다음의 가혹한 형인 절도 유배를 통해 정착했고, 근대에서는 일제의 수탈을 피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정착하게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짧은 경험이지만 사는 많은 섬사람들의 바람은 잘 돼서 성공해서 돈 벌어서 섬을 떠나는 것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섬을 떠난 많은 사람들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그리고 더러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떠났을 것이다. 실제로는 작은 섬에서 좀 더 ‘큰 섬’으로 떠나는 것과 같은데.......추석이나 설 명절에 섬은 갑자기 인구가 많아진다. 그리고는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섬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쓸쓸한 고령사회가 된다.

 우리는 2000년 당시 섬의료사업을 하면서 섬인구의 급격한 감소율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아래의 표는 3개 병의원 권역의 인구 추이를 나타낸 것으로 섬의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현재도 감소율이 많이 줄긴 했지만 조금씩 줄고 있는 진행형이다. 섬의 경우 대체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20% 이상으로 노령 인구가 육지에 비해 많아 초고령화 사회이다. 초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먼저 보려면 지금 신안 비금도나 진도 조도를 가서 살아보면 어떤 깨달음이 올 것이다. 

구  분

완도대우병원

신안대우의원

진도대우의원

위    치

전남 완도군 노화도

전남 신안군 비금도

전남 진도군 하조도

개 원 일

80년 3월 4일

79년 8월 17일

79년 4월 3일

진료권

인구

개원1979년/

현재 2000년

33,609명  /  13,781명

29,732명  /   8,125명

7,645명  /  2,670명

감소율

- 59%

- 73%

- 65%

 

    아래 그래프는 3개섬의 진료권역에 무주(육지)를 더한 것이어서 반드시 섬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농어촌의 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무주를 포함한 섬지역의 진료권역 인구는 1980년도 10만명 정도에서 2000년 섬의료사업 당시 2만4천여명으로 대폭 감소 중이었다.

▲ 섬오지의 인구추이(무주 포함)

  이러한 섬의료의 현실의 걱정하며 섬의료사업의 성공을 위해, 신안대우의원 원장인 이충열 선생님이 돌아오는 섬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섬사람들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로서 바다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과,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일로서 섬의 여건은 오히려 새롭고 선진적인 교육모델을 도입하기 좋다는 점과, 그리고 건강과 의료문제의 해결이다. 섬의료사업의 꿈은 이 세가지 과제를 달성하여 국민들이 바다에서, 그리고 섬에서 미래의 꿈을 찾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것이 필자도 섬의료사업에 깊이 공감하고, 한때나마 일생의 꿈을 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섬의 인구가 계속 줄어들면 민간 공익의료가 설수 있는 기반이 너무도 취약해지기 때문에 섬의료사업의 성공에 필수 조건이기도 하여 쉽지 않은 일임을 걱정하고 있었다.

 

  “의식화(意識化,(concientization)”

  어떤 대상을 깨닫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이 계급의식을 갖는 것이 사회적인 의미에서 의식화이다. 또한 심리학적으로는 무의식에 침잠해있는 어떤 것을 의식의 세계에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의식화의 사회적 의미나 심리적 의미나 서로 통하고 본질적으로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섬이 독특한 자기 신화를 갖는다는 것은 고래로부터의 섬사람들이 설화의 내용인 한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과 슬픔을 겪었다는 것이며, 신화의 내용은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 혹은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우리는 섬의 설화들을 통해 섬이 가지고 있는 희망과 절망감이 무엇이고, 섬사람들의 무의식에 침잠해 있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의식을 바라볼 수 있으며, 이를 의식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좌파들이 60년대 안보투쟁의 좌절을 통해 완전히 깨지고, 그리고 진보 좌파세력의 일부가 선택한 것 중의 하나가 섬이었다. 그리고 공동체(community)이다. 섬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한 유대감은 새로운 공동체에 영감을 준다. 그래서 섬이나 오지에 들어가 지역주민을 조직하고, 패배의식과 절망감을 이기고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시작했다. 주민을 조직하고 힘을 부여하는 것 중 가장 필수적이고 공동체적 요소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의료”이다.

  일본 초기 공동체 운동 이야기 중 눈이 많이 오는 사와우치무라 마을의 공동체 성공담 역시 동경대의대를 졸업한 한 진보적인 의사가 그 지역 출신 친구의 요청으로 사와우치무라에서 지역의료운동을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오지의 마을마다 주민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좌절시키는 “문제”가 하나 이상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적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를 조직하면 마을 공동체를 만들 수가 있다. 오지 섬지역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의료문제이므로 의료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민주적 의식의고양이 필요하고, 그동안 소외되었던 지역의 약한 계층들이 힘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마을 일들에 참여하게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의식화(意識化) 과정이다. 의식화의 또하나의 의미는 섬의 민담이나 설화에서 근거를 찾아보자.

  --흑산도 처녀당신(堂神)은 옹기를 싫은 배에서 내린 피리 부는 잘생긴 소년이 좋았다. 파도를 일렁이게 하여 옹기 실은 배가 떠나지 못하도록 했다. 배의 선장은 소년을 흑산도에 버려두고 섬을 떠났다. 소년은 섬에서 피리를 불기도 하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낙도 여행을 하다보면 섬사람들이 여긴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갈 때는 마음대로 못나간다고 농담조로 말한다. 실제로 배편이 까다로운 섬에 들어가서 바람이 불게 되면 3일 일정의 여행이 일주일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낙도이다.  

  섬의 설화들은 섬이 가지는 절해고도의 고립성에 기인한 것이 많다. 그리고 인간에 의식과 무의식에 깊이 침잠해 있는 리비도(욕망)이 그 재료가 된다. 흑산도의 처녀당신과 피리 부는 소년의 이야기는, 뭍(육지)에서 온 총각을 원하는 섬처녀의 리비도의 이야기이다. 또는 반대로 섬을 떠나고 싶은 섬 총각의 이야기이거나 뭍 총각과 섬처녀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야기 일수도 있다. 이러한 섬의 격절성(隔絶性)이 주는 사랑의 비극은 섬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섬의 격절성은 섬사람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었다. 육지와의 교통이 어려울수록 설화는 비극성을 띠게 되고 오래 남는다.

▲ 섬으로 들어가는 도선에서

 

  6월초 섬에서 보리를 베는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고된 일을 한다. 보리 베는 일처럼 고된 일도 드물 것이다. 서로 품앗이를 하지만 6월의 태양은 작열하고, 허리를 필 여유도 없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보리를 베어야 농기를 맞출 수 있다. 섬의 보리는 여인의 땀방울로 자라고 그래서인지 알도 굵고 맛도 좋다고 한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어촌에서는 새우잡이와 같은 위험한 뱃일을 주로 하는 남자들은 농사일을 거의 돕지 않는다.

  섬 여인들이 가끔 노래도 부르며 판소리 운율로 이렇게 얘기한다.

“아따 oo네는 좋겠다. 보리철에 뭍에 살아 좋겠다.

 뙤약볕에 까맣게 타지 않고 하얗고

보리철에 oo네는 목포 살아 좋겠다.“

  젊은 사람은 섬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고, 섬의 주민들은 나날이 늙어간다. 영리하여 마을의 기대를 모았던 아이는 큰사람이 되어도 섬에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서 피리부는 아이의 이야기를 대입해보면, “기대를 모았던 아이는 뭍에 가면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결말로 귀결된다. 피리부는 아이도-물론 어렸지만- 섬사람과 정을 나누며 살지 않았고, 섬을 나가려고만 했다. 이런 일들은 예로부터 부단히 반복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섬사람의 고통과 외로움이 무의식 깊게 설화에 침잠되어 있다.

  흑산도 설화는 ‘피리부는 젊은’ 사람들이 섬에 들어가 섬사람들을 다시 사랑하고 일으켜 세워 돌아오는 섬을 만듦으로서 완전히 치유되고 해소될 것이다. 아마 이것이 “돌아오는 섬”에 대한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

  2000년~2002년 인의협 섬의료사업이 다 이루어내지 못한 꿈이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그리고 섬주민의 입장에서는 언젠가 이루어내야 할 희망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섬'이 좀 더 많은 젊고 용기 있는 사람들의 꿈이 되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어떤 피리부는 꿈많은 소년이 섬사람들의 영웅이 되어 사랑받는 꿈을 꾸게 된다.

박태훈  saenalp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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