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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료사업의 경험 (7)

인의협 대우재단 삼도의료사업 박태훈l승인2015.04.20l수정2015.05.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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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행복합니까?
  • (섬사람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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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4월 7일부터 8일까지 인의협 홍창의 이사장님, 윤종구 고문님, 심재식 의료사업위원장님, 정일용 공동대표님의 3도의료사업 현지 방문이 있었다. 완도군 노화도 완도대우병원, 진도군 조도 진도대우의원, 신안군 비금도 신안대우의원을 연이어 방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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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포 공항에서 홍창의 이사장님을 모시고, 완도 노화도를 들러, 진도 조도에 도착하였다. 진도대우의원 사택 앞에서 홍창의 이사장님께서 인자하신 얼굴로 내게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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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생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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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참을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다가, 한참 뒤 “네”하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홍창의 이사장님의 인자하고 선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그 당시 스스로 생각은 행복이라는 것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고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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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는 일차보건사업 제안서를 가지고 진도군수와 진도군보건소장과 접촉하며 협상을 하고 있었지만, 진도군의 부정적인 자세로 인해 어려운 일이었다. 진도 조도의 의료사업을 마무리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여서 마음은 울적하고, 몸은 아프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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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라서 섬의료 사업과 행복을 연관 짓기 힘든 상태였고, 필자가 해야 할 일이니까 당연히 하는 일이고, 나의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행복하든 슬프든 힘들든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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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홍창의 이사장님의 이 물음으로 의료 활동과 행복에 대한 의미가 달라진다. 한 사람이 그의 삶 안에서 진심을 다해 타인에게 이 말을 물을 때, 이 물음은 타인의 삶에 아로새겨진다. 그 의미는 발언 당시와 그 이후에도 진정한 의미를 갖기까지 한사람 안에서 새싹처럼 발전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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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당신에게 행복을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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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도 행복도 힘든 것도 너만의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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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일(삶)은 행복도 슬픔도 나누어야 하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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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삶(일)은 그러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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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서에 정의에 굶주린 자들, 마음이 가난한 자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그들은 정의를 실천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바라는 것이 소박하기에 마음이 가난하다 했을 것이다. 소박한 바램, 바로 소망이다. 이를 생각할 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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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면 행복은 아주 아름다운 이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의를 실천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것이고, 가난한 사람의 소박한 희망을 지켜주는 모습도 아름다울 것이다. 이것이 실천하는 사람의 행복함이 아닐까? 아름다움이 마음의 빛으로 발산하는 따뜻한 빛이 행복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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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한 정의에서는 고달파도 추구하는 실천이 아름다우면 행복하며, 슬퍼도 타인을 위한 슬픔이면 행복하다. 그러므로 실천하는 사람은 늘 행복하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이 행복하고, 진실로 행복한 삶은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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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스스로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르시소스가 그렇게 된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나르시소스에 대한 어떤 요정의 저주에 의한 것이었다. 나르시소스를 아무도 만나지 않게 하여, 나르시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고 대화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말라 죽었다. 심리학적으로는 독점욕이 강한 어떤 강자(强者)의 애증에 의해 거울로 만든 방에서 한사람(弱者)이 환상과 분열에 빠져가는 비극의 모습일 것이다. 그 요정에게는 사디스트의 가해적 악마, 그리고 나르시소스에게는 매조히스트의 피해자의 비극이 엇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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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아직 깨지기 쉽고, 약하지만 누구나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고통 받는 타인을 찾아, ‘나’의 힘으로 고통 받는 타인을 돕고, 또 돕는 과정에서 한사람의 타인을 이해하고, 진실을 세상에 알려내고, 함께하여 고통 받는 타인에 힘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진정한 ‘그 무엇’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은 말해질수 없는 그 사람만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자원봉사’는 타인을 돕는 행위지만 사실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구원하는 행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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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사회의 행복이 여기에서 오고, 이는 분명 아름답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떤 것이든지 가짜다. 타인의 마음을 통해 울려오는 모습과 울림 속에서 진정한 ‘내’가 있기 때문이다. 마법의 거울을 깨고, 마법에서 벗어나 타인 속에 진정한 내가 있음을 바라보자. 당장 뭐가 되지 않아도 좋다. 당장 무엇을 이루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진실은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 행동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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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행복함을 개인적으로는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로 바라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름다움에 가까이 간 순간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그러지 못하였다. 의료사업의 실무자로서는 어려운 일들은 쉽게 처리해야 하고, 곤란한 일들은 그대로 놓아두어야만 했다. 가끔은 마음 뿌듯하게 어려운 일들을 처리했지만, 모든 일들이 부끄러워진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아름다운 행복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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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아름다움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했고 힘들었던 그 날들도, 진정성이 있고 성실했다면 지금이 아니라도 후행적(後行的)으로 그 시절을 생각하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프랑스 철학자 자끄 데리다는 그의 글에서 ‘디페랑스(diffěrance)’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우리말로 차연(差延, 차이가 나다. 연기하다.)이라는 뜻으로, 그 당시로는 잠재되거나 완성되지 못한 의미가 동일자의 행위의 시간적 차이로 어느 순간 어떤 일의 의미가 완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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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나의 행동이 진실하다면, 그때의 섬의료사업을 맡았던 서툴었던 일들도 언젠가는 작고 작지만 사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오늘 행동해야 한다고...

 

박태훈  saenalp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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