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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료 사업의 경험 (3)

인의협 대우재단 삼도의료사업 박태훈l승인2015.03.16l수정2015.03.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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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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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대우’는 대우가 아니다. 대우는 완도대우병원에서 키우는 강아지이다. 2000년 1월 완도 노화도에 들어가 부원장직을 맡았고, 완도대우병원에서는 응급실 당직근무와 낮에는 보길도 등 인근 섬들의 방문진료 및 필요시 예방의학적 임무도 수행한다. 진도 조도에는 2주마다 방문하여 그곳에 사는 의사선생님과, 응급실 및 외래 당직근무를, 번갈아 서게 되었다. 신안대우의원에는 이충열 선생님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가서, 주로 외래 근무를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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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대우는 완도대우병원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먹고 산다. 그런데 주인으로 챙기는 사람은 없었다. 식당 잔반을 먹지만 먹지 못할 때도 많았던 것 같았다. 그런데 사택에 마을에서 쫓겨온 것이 틀림이 없는 검둥개(온통 털이 검어 그렇게 불렀다.)가 사택 위의 야산에서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야산은 황폐한 곳으로, 조그마한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먹이감은 없었을 것이다. 아내가 이를 측은하게 여기어, 검둥개를 위해 날마다 길목에 밥을 남겨주었다. 처음에는 몹시 경계하여 내려오지 않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조심스레 내려와서 밥을 매일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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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런데 이를 눈치챈 대우가 처음에는 검둥개가 밥을 먹지 못하도록 검둥개의 밥을 다 먹어버렸다. 그래서 아내는 대우를 달래며, 대우 밥과 검둥개의 밥을 따로 따로 차려주게 되었다. 그래서 서로 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대우와 검둥개는 친하게 지냈다. 그렇지만 검둥개는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사람이 다가가면 산으로 도망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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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 뒤로부터 대우는 아내를 주인으로 대하게 된다. 밤에는 사택의 문 앞에 앉아 집을 지켜준다. 더욱 고마운 것은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는데, 조그맣고 어렸다. 아빠도 한달의 절반 이상은 집에 없으니, 꾸준하게 보아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대우가 막내를 다소 먼거리의 노화초등학교까지 바래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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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검둥개는 한참을 사택주변에서 그렇게 살다가, 산에 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개 주인인듯한 몇사람이 포위를 하더니 그 뒤로는 사택에 내려오지 않았다. 그 주인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쪼록 아프지 말고 잘 살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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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진도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게 된 것은, 진도대우의원 직원이 진도의 운영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점을 인의협 섬의료사업의 사업국장으로 있는 신안대우병원 원장 이충열 선생님에게 보고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진도의 ‘임시로’ 와 있었던 의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있었고, 그 직원은 오랫동안 관찰하며 그분에게 건의 했지만, 그 의사는 시정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동안의 잘못된 일들을 보고하였던 것 같았고, 우리는 즉시 상의하여, 문제점을 명백하게 밝혀 해결을 하고, 의사는 즉각 사임 조치를 하였다. 이 일의 해결은 쉽지는 않았는데,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도와준 몇 분이 있었기에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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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진도대우의원은 일부 의원 폐원 여론과 관련된 지역 주민간의 갈등 문제가 있어, 폐쇄를 심각하게 고려중인 곳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폐쇄하게 되면 지역주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고, 인의협이 운영을 담당한 지금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의원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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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주변의 반대가 있었지만, 필자는 가족을 데리고 완도 노화도에서 진도 조도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삿짐을 싸고 병원 대문을 나서려는데, 대우가 차를 쫓아온다. 이걸 어쩐다. 정이 깊게 들었다. 차를 멈추고 내려, 완도대우병원 직원들에게 대우를 당부하고 진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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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대우는 필자가 진도로 가 있는 동안, 산언덕에 굴을 파고 그곳에서 새끼를 낳아 데리고 나왔다고 한다. 일부 완도대우병원 직원들은 대우는 진돗개 잡종이라고 우습게보아 늘 “된장을 바른다고” 농담하였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영리하고 강인하고 고마운 개다.

 

박태훈  saenalp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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