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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선생님들의 품앗이 '오사랑 공부방'

면목2동에서 벌어지는 우리이웃 이야기 녹색병원l승인2015.03.11l수정2015.03.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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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함께 사는 이웃을 소개합니다]
엄마 선생님들의 품앗이‘오사랑 공부방’


새봄의 시작을 알리는 노오란 개나리꽃처럼, 설레는 초등학교 1학년.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이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마음은 아이도, 엄마도 두렵고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긴 마라톤의 출발선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초조함. 함께 응원 해 줄 순 있지만 대신 뛰어줄 수는 없다. 걸어본 길이기에 얼마나 힘들지 데드포인트를 넘어서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기에 엄마의 마음은 조급하고 더 초조하기만 하다.

학원으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자

정신없이 학교를 오가며 우왕좌왕 하는 사이 한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정신을 좀 차리고 보니 교문 앞을 북적이던 엄마들은 온데간데없고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학원에서 데리러 나온 선생님들이다. 이제 학원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아이들로 북적이던 놀이터는 텅 비어있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학원으로 향한다. 선배 맘들의 조언을 들으면 왜 이리 배워야 할 것은 많은지…. 아직 1학년이고 학원은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집에서 조금씩 봐 줄 수는 없을까 했지만 영어가 문제였다. 거기다 학원을 보내는 비용도 큰 부담이다.
그러다 반대표 어머님이 참여하시는 마을기업 〈감성마을〉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는 마을기업, 학교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반가웠다. 감성마을의 옥탑방을 본 순간 공부방으로 너무 탐이 났고, 같은 반 영어 과외를 하는 어머니에게 품앗이를 제의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여기에 내 글쓰기 공부방 경험이 더해져 우리들의 ‘오사랑 공부방’은 만들어졌다. 중랑초등학교 1학년 5반 아이들의 엄마 선생님 공부방이다.

오반 엄마들, ‘오사랑 공부방’을 열다
‘오사랑’은 오반 사랑의 애칭이다. 처음 시작은 미약했지만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글쓰기 8명, 영어 5명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감성마을〉에 와, 간식도 먹고 수업을 하고 있다. 공부보다 엄마가 만들어 준 듯 맛있는 간식 때문에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웃고 떠들고 아무 거리낌 없이 수다스러운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엄마들도 행복해진다. 학교에서 조차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 그 해맑은 웃음이 사랑스럽다.
ABCD도 모른 채 처음 영어를 시작해 이제 알파벳을 다 떼고 음가를 배우는 Phonics 수업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놀이·게임을 결합해 수업을 하다 보니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아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 입장은 ‘언제 그 많은 단어를 다 외우지? 언제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있을까?’ 조급해지지만 꽉 억누르고 있다. 아이들이 차근차근 기초를 닦고 올라 갈 수 있도록. 가야 할 길은 멀고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마음을 다독인다.

조급해말고 차근차근~ 영어와 글쓰기, 그리고 수학
영어와 함께 글쓰기 또한 긴 시간이 필요한 공부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글쓰기는 오랜 시간 연습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 것이다. 매일매일 6년 동안 일기를 꾸준히 쓴다는 것은 2천여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아이와 하지 않은 아이의 글쓰기 차이는? 당연히 엄청날 것이다. 혹자는 “일기쓰기까지 과외를 해야 하나?” 할지 모르겠지만 일기는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은 수다를 떨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날 속상했던 감정, 억울했던 감정을 쏟아내며 위로를 받는다. 자유로운 글쓰기는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풀어내도록 한다. 아직은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서툰 입말들을 쏟아내지만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를 인정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신이 난다.
여름방학에는 수학특강을 열었다. 집에서 엄마가 조금씩 봐주면 가장 좋지만 우리 반 엄마들은 주로 직장 맘들이다. 새로 바뀐 2학년 수학이 어려울 것 같아 처음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많이 버거워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친구에게 설명해 주고 서로 가르쳐 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경쟁 없이 저렇게 공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 중에 수학수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새 학기에는 수학이 정규 수업과목으로 진행될 지도 모르겠다.

떡볶이, 낙엽붙인 시화의 추억 새길 수 있기를
이제 1학년 5반 아이들은 2학년이 되어 각자 새로운 반으로 나뉜다. 운이 좋으면 같은 반이 되는 행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오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아이들이 먼 훗날 〈감성마을〉을 기억하며 영어수업 전 친구들과 먹었던 떡볶이 맛을 그리워했으면…. 어느 가을 바람 불던 날 놀이터에서 주운 은행잎을 붙여 시화를 그렸던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학창시절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엄마 선생님들은 너무나 행복할 것이다.

글_ ‘오사랑 공부방’ 엄마선생님

** 이 글은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 뉴스레터 <녹색병원 소식 61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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